전날 환노·기재위 이어 국토·국방·교문·외통위 모두 파행
3野 '靑 참모진 출석요구' 운영위 단독개의…與와 고성 언쟁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공직인사 원천 배제 5대 원칙 위배 논란, 일부 국무위원 임명 강행으로 여야 대치가 장기화한 가운데 20일 예정된 국회 상임위원회가 이틀째 대거 불발됐다. 상임위 별로 6월 말로 예정됐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여부 역시 불투명해졌다.

같은날 잇단 인사 파문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한미동맹 균열' 논란에 대한 청와대 책임을 묻고자 교섭단체 야3당이 국회 운영위 만을 열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극한 대립을 표출하며 파행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6일 결렬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4당 간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다음날로 미뤄졌다.

같은 시각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던 외교통일위도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오후 3시로 예정됐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방위 역시 회의를 열어 각각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일정을 확정하려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국토위, 외통위, 국방위, 교문위 회의 모두 공전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지난 18일 청와대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 이후 일제히 상임위 불참을 선언하고 국민의당도 이같은 방침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반발이 가장 큰 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별도로 회동해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협조를 구하기도 했으나, 두 야당 원내대표와 이견만 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 난맥상 관련 책임 있는 입장표명과 인사검증 시스템 점검을 위한 운영위 개최 및 청와대 참모진 출석,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 등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 20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유발언'을 통해 청와대 참모진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가는 가운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이 정우택 운영위원장에게 민 의원의 발언 제지를 요구하면서 삿대질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반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운영위만은 여당 없이 오후 2시쯤 개의했다. 뚜렷한 안건 상정 없이 '자유발언' 형식을 통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의 위원회 출석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였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자유발언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후보자 임명이 강행되는 가운데 연이은 인사실패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점검하고 원인을 규명함과 동시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 배제 5원칙은 저희들이 내세운 게 아니고 대통령이 직접 얘기한 것이다. 그럴싸한 말만 만들어놓고 법에 명시된 국회 인사청문절차 따위는 참고용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오만함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을 겨냥해서는 "정부 출범 한달도 안 지나 북한은 미사일을 5번이나 발사했는데 사드 보고 누락을 눌러싸고 국방장관과 불필요한 진실게임을 벌였다"거나,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사전에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아이디어로 치부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시라"고 압박했다.

당초 불참 예정이었으나 민경욱 의원의 자유발언 도중 우원식 원내대표를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이 입장, 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고성과 함께 '발언시간을 제한하라'라고 항의하면서 운영위는 파행 분위기가 고조됐다.

민 의원은 소란 속에서도 발언을 끝까지 마친 뒤 "의사진행발언을 한 게 아니다"며 "왜 말을 하고 있는데 자르고 난리냐"고 더 큰 소리로 맞받았다.

'간사 협의 없이 회의를 열었다'는 불만 제기에 정우택 운영위원장은 "국회법 제52조에 따라 김선동 의원 등 11명의 개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한편으로는 민 의원이 '자유발언'을 했으므로 제지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히면서 발언 중 소란에는 "그렇게 해서 정회로 이끌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우택 위원장은 "모두에게 자유발언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고, 여당 의원들은 "정회하고 간사 간 협의를 하자"(이훈 의원)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이 정회 요구를 일축하고 자유발언으로 회의를 지속하자 여당 의원들은 "간사 선출도 안 됐는데 안건 합의도 없이 개의하는 건 말도 안 된다"(박홍근 의원), "냉각기를 갖자면서 왜 운영위만 열어 이렇게 난장판을 만드느냐"(박용진 의원) 등 항의를 지속하다가 오후 3시쯤 단체로 퇴장했다.

정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에도 "자유발언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언주 국민의당·정양석 바른정당 의원 등이 원만한 의사일정 진행을 위한 거대양당의 협력, 여권의 운영위 정식 소집 협조 등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결국 운영위 야3당은 청와대 참모진 출석 요구의 건 등 의결을 일단 보류하고, 여당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기로 뜻을 모은 뒤 "한 템포 낮춰서 가겠다"며 산회를 결정했다.

한편 전날에는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논의하기로 한 환경노동위, 한승희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일정 확정을 위한 기획재정위 전체회의가 파행한 바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