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위조' 국정원 처장 4명 등 기소....남재준 원장과 검사 2명은 사법처리 제외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직원 4명을 최종 사법처리했다. 
 
다만 증거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은 남재준 국정원장과 검사 2명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배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유유성씨/뉴시스 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4일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54·3급) 처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을 기소하고, 1명을 시한부 기소중지하는 내용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검찰이 진상조사를 수사체제로 전환한 지 38일, 변호인 측이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한 지 59일만이다.
 
 검찰은 국정원 김모(48·일명 김 사장) 과장과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를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한데 이어 이날 추가로 이 처장과 주(駐)선양총영사관 이모(48·4급) 영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소속 권모(50·4급) 과장을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이 처장과 권 과장, 이 영사는 모해증거위조, 모해위조증거사용,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처장과 권 과장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처장은 권 과장, 김 과장과 공모해 지난해 11월 중국 국적의 협조자를 통해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에서 유우성(34)씨에 대한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를 위조했다.
 
 또 국정원 사무실에서 인터넷팩스 발신번호를 조작해 마치 허룽시 공화국에서 주선양총영사관으로 출입경기록 확인서를 전송한 것처럼 가장해 법원에 제출했다.
 
 이 처장 등 4명은 지난해 12월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에 문의하고 변호인 측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정황설명 일사적답복)를 전달받았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이 영사 명의로 작성하고,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처장과 권 과장은 지난해 9월 말 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에 대해서도 '유가강(유우성) 등 출입경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용이 사실과 틀림없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이 영사로부터 전달받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김 과장은 국정원 협조자 김씨와 공모해 지난해 12월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 답변서를 위조하고 이를 진본인 것처럼 속여 허위 범죄신고서와 함께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2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 1부와 장춘시 공증처 명의 공증서 2부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다만 증거 위조에 관여했거나 인지·보고받은 것으로 의심받은 대공수사단장과 대공수사국장, 2차장, 국정원장 등 국정원 '윗선'에 대해선 사법처리하지 못했다.
 
 검찰은 최모 단장(부국장)을 소환하고 이모 대공수사국장을 서면으로 각각 조사했지만 증거위조 등을 지시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남 원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들이 부국장 이상의 상급자에게 증거 입수 경위와 관련해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정원 전문 및 전문 결재 관련 조사결과에서도 상급자의 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윤갑근 검사장은 "대공수사처장이 이 사건에 있어서 증거 입수 등과 관련해 총 책임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주도적으로 범행을 하고 행위를 한 것은 과장 이하"라며 "어떤 구체적 방법을 제안한 것도 처장의 지시가 아니라 밑에서 방법을 고안해서 보고하면 이를 (처장이)결재하는 정도였다. 일부 의사 교환을 하는 등 서로 논의를 해서 전체적인 범행 과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조 관련)자금 집행은 수사처장 전결이고, 전문 전결은 부국장이 맞다"면서도 "전자결재로 이뤄지다 보니 확인하지 않고 결재했다고 주장하고 처장이나 과장들도 상세한 구체적 내용을 위(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유우성씨 간첩사건의 수사 및 공판을 담당한 이모 부장 등 검사 2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사들이 증거위조 등에 관여하거나 위조문서를 알고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혐의점이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다만 허위 문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등 공소유지 과정에서 상당한 과실이 드러난 만큼 대검 감찰을 통해 징계할 계획이다.
 
 윤 검사장은 "국정원 수사팀 관련자, 국정원 전문 분석 등 다각도로 검사들의 증거위조 범행 개입 여부를 수사했다"며 "국정원 수사팀은 검사들과 협의하면서 증거 입수를 추진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검사들이 위조에 관여한 바가 없고 검사들이 위조한 사실을 알면서도 제출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울러 자살을 기도한 권 과장에 대해선 현재 병원 치료 중인 점을 고려해 치료가 끝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했다. 
 
 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의 위조 여부에 대해서도 진위를 가리지 않고 중국당국에 요청한 사법공조를 통해 결과를 회신받을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이번 주중에 증거조작 수사팀을 해체하고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향후 재판에서 공소유지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날 김진태 검찰총장은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하고 "공판 과정에서 위조된 증거를 제출해 사법절차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에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1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검찰측 증거자료가 위조됐다"며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지난 3월7일 진상조사를 수사체제로 전환한 후 같은달 10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탈북자 단체가 유우성씨와 여동생 유가려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위증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계속 수사 중이며 관련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