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상당수 업체들 "궤멸적 타격"
개인 간의 자율적인 신용거래를 통해 제도권 금융업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P2P(개인간) 금융이 금융당국의 규제라는 복병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이제 도입 단계인 P2P금융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중소형 업체들의 줄도산이 야기되면서 찬반 양론이 격화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P2P금융이 겪고 있는 위기의 실체에 근접해 보고, 과연 서민금융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전망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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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이원우 기자] #.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개인간(P2P) 금융업체에 취직해 약 1년간 경력을 쌓았던 20대 A씨는 최근 대기업 계열의 보험사로 이직을 했다. 연봉이나 직원복지 등 다른 변수가 영향을 준 것도 있었지만 P2P금융 그 자체에 대한 회의를 느낀 점이 컸다.

“이제 막 시작된 분야라 일이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P2P금융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1년 정도 일해 보니 생각과는 좀 다른 부분이 많더라고요. 간단해 보이는 일도 당국 규제 벽에 막혀서 한참 진행이 안 되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사정에 P2P는 시기상조였던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서민경제 대안으로 각광받던 P2P금융이 정체상태에 빠졌다. 누적 대출액이 1조원에 육박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당장 다음주부터 P2P대출 상품에 대한 투자 한도 등을 정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시행돼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 사진=금융투자협회


21일 금융투자업계와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5개 회원사의 누적 대출액이 약 868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7344억원을 기록했던 전월 대비 1336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7월이 오기 전에 누적 대출액은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P2P금융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오는 29일부터 시행되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는 P2P대출 상품에 대한 투자 한도 등이 명시돼 있다. 

내용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는 업체당 연간 1000만원까지만 투자가 가능하며 한 가지 대출 상품에 500만원 이상 투자가 불가능하다. 사업·근로소득 1억원, 이자·배당소득 2000만원을 넘는 경우(소득 적격 투자자)에는 연간 투자 한도가 4000만원이다. 한 업체에 목돈을 투자할 수 없고 여러 업체에 분산 투자를 유도하려는 방침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금융사고 피해 등을 줄이기 위해 지난 2월 발표돼 3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9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이번 유예기간동안 P2P업체들이 너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상당수 중소형 P2P업체가 이미 인력충원, 신상품 발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7개 업체가 폐업했는데 이는 작년 총폐업한 업체보다 많다. 가이드라인이라는 규제가 중소형 업체들의 줄도산을 유도하는 형국이다. 

업계 전체의 침체가 우려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일관적이다. 부정 대출, 투자금 횡령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와 같은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150여개 업체가 난립해 있지만 P2P금융협회에 가입한 회원사는 47개밖에 없다. 

나머지 100여개 업체들 중 50% 정도는 자사 홈페이지에 연체율이나 부도율, 대출 잔액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이 예고되지 않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혹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시 내용이 실제와 다른 곳도 많다. 

업체와 금융소비자간 정보 불일치가 차후에 야기할 위험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시장위축을 감수하더라도 규제는 필수적이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P2P대출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P2P금융협회와의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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