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무혐의 '증거조작' 수사팀 "국정원 윗선 개입 발견 못 해"

 
국가정보원 간첩증거 조작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4일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54·3급) 처장과 주(駐)선양총영사관 이인철(48·4급) 영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소속 권모(50·4급) 과장을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모해증거위조, 모해위조증거사용,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 처장과 권 과장에게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추가됐다.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뉴시스 자료사진
 
다만 증거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은 남재준 국정원장과 검사 2명은 무혐의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배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48·구속) 과장과 국정원 협력자 김모(61·구속)씨를 중국 문서 위조 혐의(사문서위조 및 행사, 모해(謀害)증거위조 및 모해위조증거사용 등)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윤 검사장은 이날 오후 수사결과 발표에서 '윗선'의 개입 여부와 관련해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이나 대공수사국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팀 검사들 모두 정말 어려운 수사를 했다"며 "중대한 범죄라는 판단 하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사건을 수사한 윤 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 처장 등이 인터넷 팩스 발신번호를 조작해 허룽시 공화국에서 주선양 총영사관으로 두 차례에 걸쳐 공문을 발송한 것처럼 조작한 혐의에 대해 국정원 측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는 입장인데
 
 "충분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에 의해서 확인한 내용이기 때문에 공소사실에 포함시킨 것이다"
 
 - 이 처장이 권 과장이나 김 과장 등과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음에도 불구속 기소한 이유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처장이 증거 입수 등과 관련해 총 책임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주도적으로 범행을  한 것은 과장급 이하라고 판단했다. 이 처장이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밑에서 방법을 고안한 뒤 (이 처장에게) 보고하면 이를 결재하는 정도로 범행에 가담했다. 이 처장이 27년 동안 대공수사 업무를 맡았던 부분도 고려했다"
 
 - 이 처장 외에 국정원 전문에 보고한 사람은 없는 것인가
 
 "국정원이 제출한 전문 일부에 부국장(최모 대공수사단장)과 대공수사국장도 결재한 내용은 있다. 다만 전자결재 시스템 상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클릭 결재'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처장이나 다른 과장들도 구체적인 내용은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등 대공수사단장이나 대공수사국장 등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 국정원 대공수사국의 자금 집행에 대해서는 누가 결재하나
 
 "수사처장 전결로 이뤄지고, 전문 전결은 대공수사단장이 담당한다"
 
 - 대공수사단장과 대공수사국장, 남재준 국정원장 등에 대한 조사는 했나
 
 "대공수사단장은 소환 조사했고, 대공수사국장은 서면으로 조사했다. 남재준 원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혐의로 연결될 만한 고리를 발견하지 못해 조사하지 않았다"
 
 - 대공수사단장이나 대공수사국장 외에 전문에 결재한 '윗선'은 없었나
 
 "없다"
 
 - 관련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는데
 
 "국보법상 날조 혐의는 비례원칙 등에 비춰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국보법상 날조 혐의를 적용하려면 범죄의 성립여부와 관련해 허위인 줄 알면서도 (위조를) 해야 성립한다. 리우찌아강(유우성)이 북한에 출경한 것으로 판단한 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조작하기 위해 날조했다'고 보기 어려워 국보법상 날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법리적 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 유씨의 수사와 공판을 맡았단 검사들이 국정원 측이 제공하는 자료를 너무 쉽게 믿은 것 아닌가
 
 "비록 사후에 위조 문서라는 확인서가 도착했지만 겉모습이나 형식적으로 (국정원을) 믿고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쉽게 믿었는지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로 따져야 한다"
 
 - 해당 검사들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 모두 확인했다. 국정원과 검사들 간의 공식적인 업무 처리 과정에서 전문 이상의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
 
 -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유씨에 대한 출입경기록의 위조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수사가 끝났는데 중국 사법당국에서 이에 대한 회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인가
 
 "유씨의 여권 기록 등 수사할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수사했다. 단순히 위조됐다는 의혹만 가지고 처분할 수는 없다. 원본 자료가 있어서 대조할 수 있다면 확실하게 위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텐데 이뤄지지 못했고, 위조한 사람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중국 사법공조 결과가 오면 그 내용에 따라 대처할 것이다"
 
 - 검사들에 대해서는 감찰이 진행될 예정인가
 
 "공판 과정에서 공소 유지 측면이나 증거 제출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감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수사팀은 오늘로 공식 해체?
 
 "오는 17일까지 남아서 공판 준비를 위한 기록정리나 서류 작성 등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