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 한국당과 관계설정·文정부 외교안보-청문회 정국 평가 차별화 시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바른정당 당권경쟁이 전날(20일) 지상욱(초선·서울 중구성동구을) 의원의 돌연 사퇴로 4자 대결로 좁혀지면서 지도부 입성은 모든 주자에게 '따논 당상'이 됐다. 1위 후보는 당대표가 되고, 2~4위 후보가 3명의 최고위원직에 오르기 때문이다.

지상욱 의원은 가족의 건강 이상을 이유로 사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창당 이래 첫 지도부 선출대회 경선에 임하는 후보들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물론 흥행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당권 레이스가 철저한 1위 경쟁 구도로 재편돼, 흥행가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5인 체제로 호남권 방송토론회를 거친 뒤지만, 후보자들은 3차 TV토론으로서 21일 새벽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부터 4자 대결에 돌입했다. '보수 적자' 대결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과의 관계 설정,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평가 등을 놓고 차별화 경쟁에 부심했다.

한국당과의 관계는 구 친박계의 한국당 장악 여부에 따라 연대 여부도 달라진다는 입장과, 원천적으로 연대 대상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3선·경기 포천연천) 의원은 토론에서 "보수 위기의 원인은 계파 때문"이라며 "패거리 친박 한국당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혜훈(3선·서울 서초구갑) 의원은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분들은 그대로 있으면 안 되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이는 친박의 '완전한 2선 후퇴'가 연대 또는 합당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운천(초선·전북 전주시을) 의원도 "바른정당이 보수를 살려내 실용정당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지지율이 오르면 한국당을 흡수를 하든 연대를 하든 하면 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 의원은 같은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는 합당의 기준으로 "국민들이 볼 때 '친박 패권세력이 완전히 잠잠하구나' 하는 정도"라고 제시했다. 한국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게 '당선 후 친박 패권세력 정리'를 기대하는 언급을 남기기도 했다.

   
▲ 바른정당 당대표·최고위원 지명대회에 출마한 (왼쪽부터) 기호 1번 이혜훈·기호 2번 하태경·기호 3번 정운천·기호 5번 김영우 의원. 지상욱 의원은 지난 20일 가족의 건강 이상을 이유로 돌연 후보직을 사퇴했다./사진=바른정당 제공

다만 하태경(재선·부산 해운대구갑) 의원은 토론에서 "한국당은 보수가 아닌 수구세력"이라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다. 합당을 입에 올려서도 안 된다"고 각을 세웠다. 김 의원이 출마하면서 제안한 '보수원탁회의'에 대해 한국당과의 연대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후보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워싱턴에서 한미동맹 폄하성 발언을 한 것을 입모아 질타했다. 인사청문회 정국에 관한 여권 비판과 당의처신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이 의원은 문정인 특보에 대해 "대북 강경노선과 제재를 물거품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이런 발언을 지속하면 경질해야 한다"고, 하 의원은 "게임(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작전을 유출한 것"이라며 "경질 정도가 아니라 기밀 유출로 처벌될 수도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대북 대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북핵에 대해서는 끌려가는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며 대북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 인사 5대 원칙을 스스로 파기했다는 논란이 일며 인사청문회 정국이 경색된 데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협치를 한다고 하는데 실망"이라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조국 민정수석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하 의원은 "한명(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했다고 물러나는 건 너무 과하다"고 이견을 표출했다. 청문회 정국에 관해서도 "돌이켜보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좀 쿨하게 빨리 청문경과보고서를 써 줘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했다"고 문재인 정부를 감싸는 듯한 언급을 했다.

이 의원도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 국민이 분노한다"며 "도저히 건전한 개혁보수가 동의하지 못하는 후보 1, 2, 3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자들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두 번째 권역 충청권 토론회에서도 격돌한다. 향후 영남권에서 두 차례, 수도권에서 한 차례 총 3번의 권역별 토론회를 남겨놓고 있다. 권역마다 토론회와 함께 책임·일반 당원 투표를 실시, 결과를 발표한다.

첫 권역인 지난 17일 호남권 토론회에서는 합산 결과 정 의원이 1위(책임당원 30.19%·일반당원 24.57%), 이 의원이 2위(책임 23.33%·일반 28.87%), 하 의원이 3위(책임 23.66%·일반 23.37%)를 각각 기록했다. 현재는 사퇴한 지 의원이 4위(책임 13.73%·일반 14.95%)였으며 김 의원이 5위(책임 9.1%·일반 8.25%)로 가장 열세였다.

초반에는 정·이·하 의원 3자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나, 이날 충청권 토론회 결과는 물론 당원 선거인단 분포가 가장 집중된 영남권과 수도권까지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점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지 의원의 사퇴로 인한 선거 사무 지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세연 사무총장은 한 매체와 통화에서 "당원 투표가 모바일로 진행되기 때문에 투표용지를 전부 교체한다든지 하는 행정적 까다로움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