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결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발언은 '찬성'보다 '우려'
합병 비율도 자체 리서치 팀에서 충분한 검토 후 산정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항일뿐 부정한 청탁이나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31회 공판이 열린 가운데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합병에 찬성하도록 강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회의 당일 홍 전 본부장이 관계자들에게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발언이다. 

이날 특검은 투자위원회 회의 날 화장실에서 홍 전 본부장을 만났다는 한정수 주식운용실장의 진술서를 토대로 홍 전 본부장을 압박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한 실장에게 "합병을 찬성하면 삼성편 들어주기라는 비난이 뻔하고, 반대하면 외국 투기 자본에 국내 기업을 넘겼다며 이완용 같은 매국노 취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잘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며 은연 중에 삼성 합병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홍 본부장은 "'잘 결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당시 발언은 '찬성'을 하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잘 결정돼야 할텐데'라고 걱정한 것"이라며 결코 관계자들에게 합병 찬성을 종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찬성과 반대 두 경우 모두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결정이 쉽지 않음을 우려하는 표현이었다는 게 홍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홍 전 본부장은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 비율 산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삼성물산이 저평가되고 제일모직이 고평가 됐다는 당시 시장의 우려뿐 아니라 합병 비율의 불만을 품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주장의 오류, 공정성,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분석 등 전체적인 부분을 검증하기 위해 자체 리서치팀에서 적정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게 홍 전 본부장의 설명이었다. 

한편 지난 20일 열린 제3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상현 전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 역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효과 등 다양한 요인을 충분히 심의 및 논의한 후 기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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