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발언에 중앙일보 지면 비난…정치인과 언론의 시시비비 주목
   
▲ 박한명 언론인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세력이 자신들의 적대세력을 향해 흔히 비난하는 논리가 지면과 방송의 사유화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와 같은 소위 보수언론이나 KBS와 MBC 같은 방송사들이 자사를 방어하기 위한 기사를 낼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논리다.

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 MBC 100분 토론회에 나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공영방송을 장악해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고, MBC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지금 국민들이 적폐청산을 말하고 있는데 적폐청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언론 적폐'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MBC가 반박 성격의 보도를 한 것을 비난했던 사례가 그것이다.

물론 MBC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는데 누군가에는 방송사유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또 어떤 면에서는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정당방어쯤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차기 대통령이 유력한 대선 후보자가 방송사 토론회에 나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너희 가만 안 둬"하는 느낌을 주는, 정치보복을 시사하는 협박성 발언을 했는데도 찍 소리도 않는다면 정상적인 언론기능이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언론이 죽어있음을 증명하는 끔찍한 사례가 될 것이다.

중앙일보가 자사를 비판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 지면으로 보복한 사건은 MBC가 문 대통령을 비판한 것과는 그런 점에서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홍준표를 비판하는 몇 개의 기사 맥락에서는 정론지 다운 품격과 건강한 비판 논리는 없이 속좁고 유치한 감정의 가닥만 잡힌다.

필자는 중앙일보가 홍준표가 놓은 덫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탄핵 이후 신문과 방송을 갖다 바치고 조카(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시키고 청와대 특보 자리를 겨우 얻은 언론도 있다" 사실과 다른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해 중앙일보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분명 큰 실수다.

   
▲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중앙일보가 설전이 확산되고 있다. 차제에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사이에 정확한 시시비기가 가려져야 한다. /사진=자유한국당

홍석현의 그늘과 중앙일보의 선택

중앙일보는 언론의 자유가 지켜져야 하듯 언론에 대한 비판의 자유도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잊은 것 같다. 홍준표의 발언은 사실관계를 지적한 것이라기보다 누가 보더라도 언론 보도 논조나 행태에 대한 한 정치인의 독한 소감과 논평에 불과하다. 많은 국민들은 지난 탄핵 사태 때나 대선 당시의 중앙일보와 JTBC의 도 넘은 편파 보도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홍준표의 소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들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또 홍석현 전 회장의 처신은 누가 봐도 언론사주로서 잘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자사 전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보도의 문제에 반성하기는커녕 한 정치인이 그런 소감을 공개적으로 발설했다고 그걸 가지고 죽이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그러니 국민들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느끼지 않겠나. 언론자유를 떠들던 중앙일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겠나.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은 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느라 온갖 험한 표현을 동원해 수만 건에서 수백만 건의 댓글들을 토해놓는 실정이다. 중앙일보는 자기들이 무시하는 홍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거대 미디어그룹 전체가 나서 한 사람의 정치인과 싸우겠다고 나선 꼴이니, 홍준표의 입장에서는 속으로 반겼을 것이다. 안 그래도 언론으로부터 홀대 받는 미운오리새끼와 같은 야당 정치인인데 속으로 얼마나 반갑겠나.

중앙일보와 홍준표의 싸움은 홍준표에게 이득이다. 싸움의 과정에서 중앙일보의 민낯은 더욱 크게 부각이 될 것이고, 홍준표는 오만한 언론 권력과 싸우는 일종의 민주투사의 모습처럼 비춰질 수 있다. 홍준표에 보복하려 중앙일보가 지면사유화를 하면 할수록 자기몰락의 길을 재촉할지 모른다.

언론전문가들은 중앙일보의 추락 이유를 이 신문에 드리워진 홍석현의 그늘을 지적한다. 홍준표는 알고 덫을 놓았고 감정으로 판단력을 잃은 중앙일보는 기꺼이 그 덫 안으로 들어갔다. 앞으로의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되었다. /박한명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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