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외국어고(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국제중·고의 폐지 여부를 놓고 '사교육 주범'이라는 찬성측 주장과 '독재적 발상'이라는 존속·유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 간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 커진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28일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다.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는 시교육청이 1곳이라도 지정을 취소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전면적인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법령에 따르면 외고·자사고는 5년마다 받는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일선 교육청이 지정 취소할 수 있다. 다만 2014년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지정 취소 확정에는 교육부 동의가 필요하다.

법조계는 외고·자사고가 관련 법령에 따라 5년마다 평가를 받고 있고, 이에 따라 재지정된 학교는 5년간 그 지위를 보장받아 시교육청이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학교유형에 대한 지정을 취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외고·자사고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진보 성향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만큼 지역마다 다른 교육감의 결정이 각 학교의 존폐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외고·자사고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아이들은 실험용 생쥐가 아니며 정치논리로 존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수요를 무시하고 학교선택권을 빼앗으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학교측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까지 투자했다"며 "고교 획일화를 막고 다양성을 제공하려는 설립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정도로 학교의 지위가 불안정해진 실제 원인은 교육감의 평가지표 수정권한에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3월 교육부가 발표한 것으로, 지방교육청이 평가항목 및 지표를 수정-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명시했다.

   
▲ 지난 2015년 7월24일 서울 미림여고 학부모들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만을 위한 편향된 교육청 평가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교육부의 부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당시 미림여고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자율형 사립고 지정취소가 결정됐다./사진=연합뉴스

패를 쥔 쪽은 문재인정부와 일부 교육감이다.

외고·자사고 폐지 입장의 진보 교육감 일부가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제안한 것은 정부가 특수목적고·자사고 설립과 선발시기 등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이다.

별도의 외부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 없고 교육부 심의 및 관보 게시 등 절차만 밟으면 되는 것으로, 정부가 5년마다의 학교별 평가와 무관하게 외고·자사고를 일괄 폐지할 수 있다. 입법예고 단계에서 학부모나 학교 측이 반대 의견을 내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

우선 오는 28일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이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론에 휩싸인 외고와 자사고, 국제중·고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외고 31개교와 자사고 46곳, 국제고 7개교 및 국제중 4곳 중 올해에는 서울의 서울외고·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와 대전 대신고가 재지정 발표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세종시의 세종국제고와 충남 삼성고가 재지정 대상이며, 전국의 나머지 81개교는 2019~2020년에 재지정 평가 일정이 몰려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8일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서울외고·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특성화중학교인 영훈국제중 등 5개 학교의 운영성과 평가 결과도 발표한다. 

이들 학교는 지난 2015년도 평가에서 기준 점수(60점) 미달로 인해 2년 후 재평가 결정을 받은 곳으로, 올해 평가에서도 60점 미만이면 지정 취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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