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2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작년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액을 확인했고 향후 협조를 부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자신은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가석방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최 회장은 작년 2월16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배석하고 박 전 대통령과 40분간 비공개로 이어진 독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최 회장 증언 및 검찰수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재단에 SK그룹이 얼마 출연했는지 물었고, 이에 안 전 수석은 111억원 출연했다고 답하자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SK그룹이 미르·K재단에 출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조기 석방과 면세점 사업권 유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주요 경영현안에 관해 건의했냐'고 검찰이 묻자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최 회장은 이어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 평가를 받지 않고 좋은 경영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던 문제였냐'고 검찰이 질문하자 "그렇다"라고 말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최태원 회장./사진=연합뉴스

당시 독대에서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완곡히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회장은 작년 7월말 가석방(형기 3분의 1 이상을 넘은 모범수가 대상)됐으나, 석방 당시 형기의 94%를 채운 상태였다.

SK그룹 현안과 관련해, 작년 공정거래위원회는 CJ헬로비전 기업합병 건을 승인하지 않았고 워커힐 면세점 또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결국 폐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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