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갖기로 하고 수일 내 무릎을 맞댈 예정이다.  

처음 만나는 양국 정상은 모두 ‘북핵 폐기’를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어 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해결 방법에서 우선 ‘핵동결 뒤 대화’를 병행하자는 문 대통령과 ‘대북 제재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간극을 좁혀야 하는 과제가 있다.

더구나 최근 북한에서 ‘코마 석방’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엿새만에 숨진 사건은 이달 말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대화를 병행하는 북핵 해법을 미국언론에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미 정치권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한 대북 강경대응 주장도 나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이번에 획기적인 대북 대화 해법을 제시할 지에도 주목된다.

여기에 한미 양국은 사드배치 완료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올 연말까지 사드발사대 1기 배치 합의가 변경돼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치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밝힌 일이 있다. 

일각에서 회담을 앞두고 ‘사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청와대 측에서는 로이터통신이 우리 정부의 결정을 ‘사드 연기’로 평가하면서 그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성실하게 답하기 위해 나온 말이라는 입장이다. 즉 문 대통령의 ‘전략적인 발언’이 아니라 ‘투명하게 밝힌다’는 기조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는 6.25전쟁 전야인 24일 사드한국배치저지국민행동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2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사드반대집회를 연 뒤 광화문 미국대사관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특히 미 대사관을 에워싸는 시위를 벌여 일각의 우려를 낳았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 30일(현지시간)까지 이틀에 걸쳐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연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발표할 예정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지난 사드 발언은 웜비어 사망과 맞물려 자칫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런데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드배치 계획이 변경된 이유를 물을 경우 이번 회담의 의제가 ‘사드’로 급전환될 수 있다.

마침 일본 언론들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회담에서 사드의 연내 배치완료가 결정날 것”이라는 등 양국 관계를 이간질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오보”라고 대응하고 유감을 표명한 상황이다. 회담 전 예민한 상황을 경계하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사드를 의제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사드 발언 다음 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이어야 하는 만큼 협의가 벌어져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미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배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둔 상태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민감한 이슈를 피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간 우의를 다지고 큰 틀에서 동맹 강화와 북핵 폐기에 협력한다는 수준에서 회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방한해 문 대통령과 면담한 미국의 외교협회장 리처드 하스도 “이번 회담의 목표를 구체적인 외교 현안을 놓고 협상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두 정상간에 개인적 친밀감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을 남긴 것으로도 전해졌다.  

사업가 출신으로 즉흥적인 성향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변호사 출신으로 진지하고 논리적인 문 대통령의 특성상 이번 만남에서 어떤 케미스트리를 형성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웜비어 사망이나 사드 문제는 양국간 민감한 이슈이니 돌아가라는 의미도 된다. 한미 정부가 각각 출범한지 40일과 4개월여만에 이뤄지는 회담이므로 긴 안목으로 정책을 협의해갈 계기 마련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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