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상품 사각지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서민대상 정책금융상품 규모를 늘리고 대출 요건을 완화했다. 이에 정책서민자금은 지난해 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7조원으로 늘어났다. 4대 서민금융상품인 미소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의 지원기준이 완화되고 대상도 확대됐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돈 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서민금융상품을 통한 대출 과정에서 느끼는 사각지대를 살펴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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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자영업자 박모씨(38)는 최근 생활비와 가계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급전이 필요해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상품을 통해 500만원을 손에 넣었다. 만기가 돌아왔지만 갚은 돈을 마련하지 못한 그는 또 다시 금융기관을 찾았지만 발걸음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존 대출금을 완전히 상환하지 못한 상태여서 대출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을 이용한 실적 때문에 신용등급이 6등급에서 7등급으로 떨어졌고, 대출 한도 역시 쪼그라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연질색 했다. 그는 “당장 돈 나갈 곳은 수두룩한데 신용등급마저 떨어졌으니 앞으로 어디서 돈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서민금융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이 대출 과정에서 느끼는 사각지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사진=미디어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서민금융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이 대출 과정에서 느끼는 사각지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4대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미소금융의 대출 요건을 완화했다. 여기다 공급 목표치도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늘렸다.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은 지난해 1조원에서 올해 2조원으로 2배로 늘렸다.

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은 지금까지 연소득 3000만원이거나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연소득 4000만원 이하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각각 500만원씩 한도가 상향됐다. 미소금융은 기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서 6등급 이하로 지원 기준이 완화됐다.

지원규모도 각각 500만원씩으로 늘어났다. 미소금융의 사업자금을 12개월 이상 성실히 갚는 이에 대한 긴급생계자금 대출한도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새희망홀씨 생계자금지원은 2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대출요건이 완화됐다고 해서 대출문턱도 함께 낮춰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큰 폭으로 떨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을 옥죄고 있다. 제도권 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부업체나 사채업 등 불법 사금융으로 떠밀릴 위험이 높다.

또한 소득 또는 신용 등급과 같은 정량적 기준에 따라 지원되다보니 상환 의지가 있는데도 소득이나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정호 연세대 교수는 “서민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가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문제”라며 “당장 생계를 위해 비제도권 밖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관계자는 “승인율, 제2금융권 대출을 받으면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재무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신용등급 개선방안 마련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지원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이 경제적 자립을 할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