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노골적 합당제의 없이 원심력 자극…"함께한다면 마다 안해"
당지도부 '재정비' 주장 불구 '安 회의론' '타당 합당' 등 확산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이 문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 관련 녹취·카카오톡 제보 내용을 조작한 것이 드러나면서 당 안팎에서 안철수 전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국민의당이 존폐 위기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하려는 이탈자 발생 조짐과 함께 '안철수 지우기'를 통해 당의 간판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제보자료 조작의 장본인인 당원 이유미씨, 당에 자료를 전한 이준선 전 최고위원과 인연이 있는 안철수 전 대표가 조작 파문 이래 침묵을 지키면서 당의 내홍은 깊어지고 있다. 당내 원심력과 함께 정계개편론이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60%를 넘는 지역 득표율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당 지지율 등에 근거해 국민의당의 기반인 호남권을 석권했다고 판단, 아예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것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28일) CPBC라디오에 출연, 국민의당내 상황에 대해 "이번 사건이 원체 구심이 깨진 사건, 그래서 원심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내다봤다. 특히 "소위 호남 의원과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이 괴리되지 않겠나 하는 여의도 분석이 많다"고 전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당 등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상상하거나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일단 선을 그으면서도, 개별 이탈자의 경우 "저희와 함께 해주신다면 어떤 분이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문을 열어뒀다.

   
▲ 국민의당의 '창업주'이자 지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사제지간이던 당원 이유미씨의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에 따른 구속 수사와 잇따르는 책임론 제기에도 29일 나흘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타 정당과의 합당 등 정계개편 전망이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사진=안철수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민주당(120석)은 국민의당(40석)을 흡수할 경우 단숨에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여대야소 정국으로 국정 주도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대통령을 긴장시켰던 안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을 붕괴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법 하다.

다만 노골적인 정계개편 시도에 나설 경우 야권의 반발과 결집을 초래할 수 있어, 안 전 대표의 책임론을 밀어붙이며 조작사건을 '대선 공작 게이트'로 비화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9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더 이상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것도 없다"며 "문준용 의혹 조작 사건이 아니고 국민의당의 대선 공작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에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한 건 안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압박했다.

국민의당 내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전남지역 재선의 황주홍 의원은 이날 CPBC라디오에서 지역 여론에 대해 "옹호·격려하는 문자는 거의 없다"며 "'너라도 빨리 (탈당을) 판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사나워진 민심을 전했다.

대표적 '안철수 계'인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에서 '당의 간판을 새 얼굴로 바꾸자는 얘기도 나오느냐'는 물음에 "지금 좀 참신한 사람으로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당내에서 상당히 나오고 있다"고 '안철수 회의론'의 확산을 인정했다.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 등과 함께 안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해온 이상돈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합치자고 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우리와 합치자'는 제안을 한다는 말도 들린다"고 말했다. '조작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고 당을 재정비하자'는 현 지도부 입장과 달리, 리더십의 뿌리까지 교체하는 타 정당과의 합당론도 흘러나오는 것이다.

조작 파문 이후 나흘째 서울 노원 자택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 전 대표 언제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지에 따라 당의 존립과 정계개편 여부가 좌우될 전망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