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철강 유화 제조업은 원가절감, 중동건설 수주는 악재

   
▲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국제 원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수년간 배럴당 110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국제유가가 올해는 10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하락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권의 경제성장이 주춤하면서 에너지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고유가와 환경보호를 이유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에서 셰일오일과 가스전이 새로 개발됨에 따라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미국의 해외에너지에 대한 수입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다. (미국은 이제 곧 에너지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덕분에 우리나라도 2012년에 비해 지난 해 원유 도입규모가 전년대비 8.3%가 줄어든 993억달러를 기록하였다. 아직 2개월에 불과하지만 올해도 전년 동기대비 약 7%의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원유수입에서만 약 70억~80억 달러의 수입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업종별로 보면 유가하락으로 수혜를 보는 업종은 항공유가 원가의 30%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운수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전력, 철강, 석유화학 업종 등에서 원가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제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에 일부 업종과 분야의 경우 유가하락이 반갑지만 않다. 정유업종의 경우 고유가로 인해 정제마진이 크게 낮아져 있는 상태에서 유가마저 하락하면 매출 자체가 감소하게 된다. 유가하락이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해외 석유메이저의 경우 신규 유전에 대한 개발비용은 점점 높아만 가는데 유가가 하락할 경우 유전개발에 대한 투자유인이 감소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원유공급 감소의 원인이 된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중동지역의 인프라 건설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해외건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중동 산유국들은 재정수입중 원유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서 유가가 하락하여 재정수입이 줄어들 경우 신규 프로젝트를 발주할 여력이 없어지게 된다. 올들어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건설프로젝트중 약 80%를 중동에서 발주받은 것인데 유가가 하락할 경우 추가발주는 물론 기존 프로젝트의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은 항공사와 철강 화학 등 에너지다소업종엔 원가절감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주된 달러박스인 중동건설수요가 위축되는 악재도 발생한다. 국제유가 하락은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경제에도 빛과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강창의 국회의장이 지난해 한화건설이 조성중인 이라크 신도시건설현장을 찾아 공사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대중동 수출은 전년대비 12%나 감소하였다. 우리의 대중동 수출의 상당 부분이 건설프로젝트에 관련된 건설기자재가 차지하고 있는데 중동 산유국들의 건설수요가 위축된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가하락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대체 에너지개발 분야다.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와 환경친화적 혹은 에너지 절감형 소재개발 등에 대한 투자는 아이러니하지만 유가가 고공행진을 할 경우 보다 활발하게 진행된다. 그만큼 투자에 대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부 전문가는 국제 유가의 안정을 위한 석유공급카르텔인 OPEC과 수요자 기구인 IEA (국제에너지 기구)간 국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원유의 급격한 상승도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급격한 하락도 반드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