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도입 강요 가능성…'자율성 침해' 주장
일부 기업 "용어 다를 뿐 필요한 부분 이미 도입"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을 민간기업에 권유하자 재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지시하며 "민간 대기업에도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권유나 의견 차원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새 정부의 입김이 실제 강요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긴장하는 눈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유가 결국 강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민간기업에 블라인드 채용 도입이 강요되는 분위기가 조성돼서는 곤란하다"며 "업종마다 업무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지시하면서 "민간 대기업에도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미디어펜 자료

블라인드 채용은 스펙보다 '실력' 중심의 평가를 시행하자는 취지로, 입사지원서 항목에 출신지·가족관계·학력·학점 등을 삭제한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스펙 과잉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환영하는 취업 준비생들도 많지만 학력·학점까지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해당 정보가 필요 없는 분야도 있지만 학력·학과 전공을 통해 지원자의 전문성을 가늠할 수 있는 업무도 있기 때문이다.

현진권 경제평론가는 "출신 학교가 응시자의 수준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력 정보가 있을 때 훨씬 낮은 조사비용을 통해 응시자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한 취업준비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것은 지원자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뿐 아니라 대기업도 지원자의 학력을 보지 않는다면 누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가겠냐"고 토로했다.

한편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에서 학력 사항을 포함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열린 채용'이라는 이름으로 이력서에 생년월일, 출신 학교만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과 신체조건 항목도 제외했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할 때부터 학점, 영어성적, 전공에 대한 항목을 없앤 것으로 유명하다. 

SK그룹은 2015년 상반기 대졸 공채부터 '무스펙 전형'을 통해 스펙 관련 항목을 최소화 했다. 이름, 나이, 성별 등 개인 신상정보와 학교, 전공, 학점 등 최소한의 기본 정보만 요구하고 어학점수, 해외연수, 논문, 수상경력 등은 배제하고 있다.

LG그룹은 그보다 앞서 2014년 하반기부터 학교·학과·학점 등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최소 요건만 이력서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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