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민은 전관예우 있다고 생각, 참담…'나만 없다'면 안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 질의 과정에서 도덕적 흠결 논란에는 직면하지 않았지만, "전관예우는 없다"거나 "전관예우를 했다는 판사를 못 봤다"고 발언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박정화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관예우에 대한 소신을 밝혀달라'고 하자 "우려에 대해 저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저는 개인적으로는 26년 동안 법원에 근무하면서 전관예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검사 출신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는 전관예우가 없다고 했지만 저는 법조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국민들이 느끼는 것이 참담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곽상도 의원은 박 후보자의 남편이 변호사란 점을 들어 "남편이 후보자가 담당하는 사건의 변호인으로 나서면 전관예우 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그럴 경우 사건을 회피해야 한다"며 "고등법원에 있을 때도 남편의 법무법인 사건은 전부 재배당했다"고 단언했다.

   
▲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종민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 과정에서 박 후보자는 "제가 전관예우를 한 적도 없고 사법부에 26년간 있으면서 주위에서 전관예우했다는 판사는 못 봤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들은 그렇게(저처럼)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전관예우를 직접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에 사법부 전체에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법원에서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고 재차 역설했다. 
 
김종민 의원은 "국민은 전관예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생각이 바뀌도록 (사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보나"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어느 면에서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소속 이찬열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나만 아니라고, 없다고 하면 이 자리에 대법관 후보로 올 수 있는가. 사회 병폐를 낱낱이 확인하고 있어야 공정사회에서 대법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후보자가 사법부의 병폐에 대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그러면 사법부 개혁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사법부 신뢰도와 관련 '알파고 판사'의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박 후보자는 에둘러 부동의를 표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선 알파고 인공지능 의사가 실제 진료를 하고 있고 미국 로펌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변호사가 등장했다고 한다"며 "사법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알파고 법관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박 후보자의 견해를 물었다.

박 후보자는 "사법부 신뢰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굉장히 송구스럽다"면서도 "알파고 판사가 국민이 원하는 만큼의 판결을 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후보자는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법원은 다수 의사에 의해 외면될 수 있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충실히 보호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대법원은 인권 최후의 보루로 국민의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이 유지해 온 가치들을 존중하되 양성평등 및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충실한 대법 판례가 나올 수 있도록 제 힘과 지혜, 열정을 모두 쏟겠다"고 다짐했다. 

비(非)서울대 출신이자 현직 여성 부장판사인 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그는 이날 대법관 임기 후 계획에 대해 "경험과 축적한 지식을 기반으로 공익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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