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등 4개제품 등급 기준 강화
"신제품 일정 맞춰 시점 조정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부가 에어컨 등 4개 품목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자·전기 업계가 신제품 출시에 지장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에어컨, 상업용 냉장고, 멀티히트펌프, 냉난방기 등 4개 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 강화를 추진한고 밝혔다. 해당 품목의 1등급 비중이 높아 등급 간 변별력이 낮아져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 /표=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지난달 말 현재 1등급 비중은 냉방기 28%, 냉난방기 45%, 멀티히트펌프 37%, 상업용냉장고 34%로 각각 집계됐다. 산업부는 이들 품목에 대해 1등급 비중을 10% 미만이 되도록 하고, 2등급 20%, 3등급 40%, 4등급 20%, 5등급 10%이 될 수 있도록 효율등급 기준을 조정한다.

해당 고시는 제조업체와 소비자 의견 수렴 후 규제심사를 거쳐 10월에 개정할 예정이다. 시행은 내년 4월부터다.

이에 대해 전자·전기 업계는 "에어컨 등 냉방기 여름 대비 상품은 대부분 1월에 출시된다"며 "신상품 출시를 위해 제품 성능 기준을 10월 이전에 마련해야 하는데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고 토로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1월에 상품을 출시해 여름에 상품을 판매하는 일정을 무시한 채 내년 4월부터 고시 개정에 들어가면 여러모로 곤란해진다"며 "12월 쯤 시행하면 모를까 정부의 현재 계획은 민간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주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에너지 규제가 합리적 근거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그 의도를 존중한다"면서도 "10월에 세부 기준이 확정되고 여기에 제품 성능을 맞추려면 1월에 신제품 출시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제품을 1월에 출시한 후 4월에 새 기준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이중 작업이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1등급 비중을 10% 미만이 되도록 조정한다는 계획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을 1등급 범주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며 "그런 노력의 결과를 간과한 채 다시 1등급 비중을 줄이려는 정부의 지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당 규제가 옳은 것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스케줄에 지장이 없도록 조절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역시 "고시를 개정할 때는 민간이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며 "영소업자를 위하는 정부인만큼 규제로 인해 민간기업에 피해 주지 않도록 업계 사정을 반영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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