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최근 원내 5당 중 자유한국당에서만 유독 '투톱 갈등' 조짐이 계속되고 있다. 그것도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65.7%라는 높은 지지율의 새 지도부를 선출한 첫 주부터다. 당 구성원 너도나도 '위기 극복'을 부르짖었지만,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이 보여주는 지도부 단합력과도 크게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언론에서는 사사건건 홍준표 대표의 정치 행보를 비판하고 당내에선 단합 촉구를 외치는 '냉온탕' 행보를 반복하는 까닭이다. "언론에서 갈라치기하려고 한다"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지만, 결국 갈등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175일간의 비상지도부 운영 중 당무·원내 주도권을 모두 쥐고 있던 정우택 원내대표가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내 투톱은 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와, 이에 관한 원내 '연계 전략'에 시각차를 보이면서 갈등의 조짐을 나타냈다.

홍준표 대표는 공식일정 첫날인 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 임명과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그것은 정부 책임"이라며 "한번 해 보라고 해야 한다. 그 판단의 몫은 국민의 몫이고 야당이 그걸 막는다는 건 별로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인사 문제에 대해 "투표가 아니라서 인사청문회에서 (판명된) 부적격자임에도 불구하고 임명할 수 있는 게 현행 제도"라며 "과거 민주당에서 했던 '떼쓰기' 식은 내가 하지 말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적절한 '정책'에 대해서는 우리가 동의할 수 없다"며 "추가경정예산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증원은 절대 불가라고 했다. 그리스 식"이라면서 "그 외에는 추경 요건이 되면 해 주는게 맞다"고 부연했다. 무조건적인 대여 협조와는 선을 긋고 "(정책 중에서도)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위배되거나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건 우리가 당력을 동원해서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같은날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는 "우리 당은 원내는 원내대표가 알아서 하고 저는 당 문제만 하는 걸로 운영을 하긴 한다"면서도 "당론이나 당의 방침과는 배치되는 원내활동은 바람직스럽지는 않다"고 원내지도부의 협조를 기대하는 언급을 남겼다.

   
▲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홍준표 대표간 '투톱 갈등' 조짐이 지난 3일 새 지도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일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언론에서는 사사건건 홍준표 대표를 비판하고 당내에선 단합 촉구를 외치는 '냉온탕' 행보를 반복하는 까닭이다. 사진은 지난 6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지도부가 참석한 모습./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이를 두고 '홍 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주장하며 원내대표와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자, 정 원내대표는 5일 CPBC라디오에 출연해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하면서 "어디까지나 국회에서의 대여관계라든지 모든 상황은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를 거듭했다. 

'당의 방침'에 대해서도 "혁신과 재건"에만 국한시키는 등 홍 대표와 원내 상황간 선을 그었으며, '홍 대표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독단적 발언, 과한 발언이 있어 당 지지도나 신뢰하는 국민에게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의 시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견제 중임을 시사했다.

4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에 따라 정한 '국회 보이콧' 강경 대응 기조는 홍 대표가 5일 오전 중진의원들과의 연석회의에서 보조를 맞춰주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정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방침 변경이 없음을 전하고, 홍 대표의 발언을 '원내대책을 도우려는 선의의 말씀'이었다며 갈등설 봉합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6일 오후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화해 무드를 적극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서 저와 홍 대표를 어떻게든 갈라치기하려고 한다"면서 홍 대표에게 "우리, 갈라치기에 절대 현혹되지 않는거죠"라고 물으며 "잘 힘을 합쳐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하루도 채 가지 않아 '홍준표 때리기'는 재연됐다. 이종혁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이어 홍 대표가 6일 홍문표 사무총장,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김명연 전략기획부총장, 강효상·전희경 대변인 등 측근·대선캠프 인사 위주 당직 인선을 단행하자 정 원내대표는 7일 MBC라디오에서 "1인 지배의 인치(人治)시대"에 비유하며 소통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옛 친박계가 계파 중심으로 당 요직을 장악했던 구태와 다를 바 없다고 본 셈이다. 반면 '친박계가 당직 인선에서 배제됐다'는 평가에 관한 질문에는 "지금 친박성향 의원들은 없다"면서 "과거 색깔을 갖고 지금도 그 연장으로 파악하는 건 옳지 않다"고 친박 측을 비호했다.

정 원내대표는 홍 대표가 '극히 일부 구(舊)박'을 혁신 대상으로 지목, "혁신에는 반드시 구세력의 저항이 따른다"고 언급한 것에도 "그런 표현 자체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인사청문회와 추경·정부조직법 심사에 관한 원내 전략의 경우 "모든 원내 전략이나 대여관계는 원내대표 역할"이라고 재확인했다.

홍 대표가 줄곧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에 청와대 비판을 자제하자'고 한 것과 달리 "내주 초 대통령이 돌아오셔서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까지도 임명을 강행하면 7월 국회는 물 건너 갈 수 있다"며 "여당도 이렇게 안하무인식 밀어붙이기로 정국을 끌고 가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 원내대표는 주중 오전 회의에서도 홍 대표가 여권 비판 자제를 당부하면 곧바로 대여 비판 목소리를 내는 엇박자 행보를 지속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책임당원·대의원 선거인단 기준 당내 72.7%의 지지를 받았다며 당 혁신 당위성을 설파, 구 기득권 세력을 에둘러 압박하는 한편 정 원내대표에 대한 직접 대응을 피해왔다. 아울러 5일부터 멈춘 '페이스북 정치'를 주말까지도 재개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로, 문 대통령이 독일서 귀국하는 10일 이후에는 당 안팎 현안에 침묵을 깨고 과감성을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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