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LG화학 배터리보조금 지원 중단
현대차 100여명 TF팀 가동 "위기 극복하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고도방위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 산업계가 긴장감 속에서 올 하반기를 맞고 있다.

특히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항공, 전기전자(배터리), 석유화학업계 등은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계는 중국이 초기 비관세 장벽 등을 통한 간접 제재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경제압박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각 부문에 대한 대비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SDI·LG화학 등 배터리 업계는 중국 당국의 규제가 풀리지 않고 있어 올 하반기도 답보상태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들은 중국의 현지 규제에 발이 묶여 현재 이렇다 할 대응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올들어 중국 정부가 다섯번에 걸쳐 발표한 보조금 지급대상 사업자에 국내기업이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단 한 종도 포함되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영업환경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혹여 중국 현지 법인에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중국 현지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중국 수출규모가 큰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업계도 사드가 장기화될 경우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판매량이 63% 급감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6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특명 하에 100명의 대규모 중국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당초 150명 규모에서 전략적 업무 배분 등으로 숫자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TF조직한 배경에 대해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을 총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TF"라며 "사드 영향으로 실적이 떨어진 상황에서 기업 차원에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자체 집계한 결과, 사드 피해가 본격화된 올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60% 감소했다. 6월 한달 판매량은 전년 대비 63%나 줄어들었다.

현대차의 중국 TF팀은 최고경영층(사장단)으로 구성되며 특수한 목적에 의해 구성된 만큼 올해 195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는대로 해체될 예정이다.

항공업계도 사드 갈등에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중국이 사드를 이유로 우리나라에 취하고 있는 단체관광 중단을 포함해 부정기편 항공 운항 중단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보복성 조치에 따른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국적사인 대한항공의 올 상반기 중국 노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같은 타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전기전자(배터리), 자동차, 항공, 석유화학업계 등은 저마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현대차 중국 수출모델 올 뉴 위에동,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SK이노베이션 공장 전경,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용 2차전지 /사진=각사 제공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 운항이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국내 항공업계의 타격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어 사태가 개선될 때까지 현실적으로 기다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중국 사드 보복에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내 반한 감정의 확산으로 자동차, 화장품 및 식품 등 소비재에 대한 불매 움직임 등이 발생할 경우 후방산업으로서 타격이 클 것이라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소비재 판매량이 급감할 경우 석유화학 제품들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전방에서 수요가 급감할 경우 후방산업인 석유화학 업계의 2차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무역업계는 한중 수교 이후 25년 동안 확대해 온 경제 관계나 민간 교류가 경제외적인 이유로 중단되거나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과 중국 정부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업계가 겪는 애로를 신속하게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정신과 규범에 따라 개방과 자유무역의 원칙을 견지하고, 무역과 투자에서 경제외적인 이유로 공정하지 않거나 차별적인 대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입 규제, 비관세 장벽 강화 지속 등 추가적인 피해를 양산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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