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과 보수쿼터제 등 인센티브 연계안된 규제개혁은 구조적 불가능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정치는 권력 확대를 자기 목적으로 한다. 경제원리가 이윤 극대화에 있는 것처럼 정치가 권력 극대화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돈이라는 계량화된 기준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권력과 권한 확대란 정치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문제는 권력의 힘이 규제권한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규제권한을 갖지 못한 권력이란 권력이 아니기에 더 많은 규제권한을 쥐고자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다. 공무원 조직에는 일반적으로 파킨슨법칙(Parkinson's Law)이 작동되어 항상적인 조직 확대가 꾀해진다고 지적되듯이 공조직에는 조직의 유지와 확대를 합리화하고 그 구실을 찾기 위한 규제확대는 본능인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그것은 파킨슨 제2법칙이라 할 만하다. 

박근혜 정부는 7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를 해가면서 규제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자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권한을 가진 정부조직과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한 규제’란 없는 것이다. 실제 공무원에게 규제란 손가락과 같은 것이고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이 '불필요한 규제’는 애초부터 없다. 규제는 조직유지와 확대의 근간이자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조직에게 규제를 만들지 말고 '착한 조직’을 만들라는 요구는 마치 기업에게 이윤 남길 목적으로 사업하지 말고 '착한 기업’으로 남아달라는 요구만큼이나 공허한 얘기다. 그런 면에서 규제개혁이란 문제는 정치시장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접근으로부터 찾지 않으면 안 된다.

   
▲ 박근혜대통령의 규제개혁이 성공하기위해선 임명직 공무원들의 승진과 보수 등의 인센티브를 규제개혁실적과 연계시켜야 한다. 

규제개혁을 실효성 있게 진행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승진과 보수라는 공무원의 인센티브(incentive)제도를 규제개혁과 연결시키는 방안이다. 공무원에는 선출직이 있고 일반직이 있다. 선출직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 여론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이지만, 임용부터 정년을 보장받게 되는 일반직 공무원의 관심은 오직 승진과 보수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과 공무원의 인센티브구조는 유권자의 표에 목을 맨 선출직 공무원이나 시장상황과 이윤수준에 대응하는 기업의 이해구조와는 전혀 다른 원리가 작동된다. 그렇기에 정년 보장이란 기득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규제의 유지와 확대를 통해 추가적 권한 확대를 지향하는 공공조직에서 승진과 보수와 연계되지 않은 규제개혁이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의 승진과 보수는 정부실적(performance)과 연동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제도에서 정당과 지도자의 선택이란 그 정당과 지도자의 성취(achievements) 정도에 따라 재선(re-elelction)이 결정되게 된다. 그렇다면 선거에 따른 신임과 불신임이라는 통제수단조차 미치지 않는 일반 공무원조직에는 실적에 따른 승진과 보수제도가 불가피하다. 활용해야 하는 것은 정치시장의 원리 그 자체다.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시장의 힘과 동일한 기능적 역할을 하는 승진과 보수라는 공직사회의 시장원리를 있는 그대로 철저히 적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있을 수 없다. 특히 규제해제에 따른 특혜 문제나 법적 책임이라는 리스크(risks)에 시달릴 수도 있는 공무원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먼저 산업발전이나 지역투자 확대, 그리고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관심 없는 공조직이 그대로 굴러 가지 않도록 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성장 없는 경제침체가 계속되고 적자재정 상태에서도 공무원의 성과급이 깎이지 않거나, 실적별 성과에 따른 차이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는 절대 안 된다. 만약 잠재성장률 4%를 기준으로 한다면 중앙공무원이든 지역공무원이든 성장률 달성 여부의 정도에 따라 승진과 보수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

지역별 실업률 변동과 일자리 창출 결과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별로 반드시 차등 보수가 있어야 한다. 투자유치와 경제 활성화 지표(index)결과에 따라 자기 승진과 보수가 연결된다면 규제를 유지해야할 이유가 없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조직과 그렇지 못한 공무원조직에 차이가 없다면 그것은 정의가 실패한 것이기도 하고 미래도 없는 것이다.

규제개혁은 규제권한 당사자가 스스로 개혁해나가고자 하는 인센티브제도가 작동될 때 가능하다. 공공조직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규제개혁에 발 벗고 나서게 해야 한다.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손해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승진과 보수 쿼터제를 도입하여 자치단체별로 혹은 공무원조직 간에 규제개혁 경쟁에 나서게 해야 한다. 물론 그 경쟁 결과에 따른 승진과 보수의 차가 확연하게 나타나야 한다. 조직 축소를 막기 위해 자치단체별로 인구유치나 출산지원이라는 정책경쟁을 치열히 벌이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보아왔다. 성장과 투자, 그리고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승진과 보수라는 인센티브에 좌우되는 공무원 조직의 기본원리를 규제개혁에 적용하고 연동시킬 때만이 규제개혁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