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한국지엠…입지 굳힌 르노삼성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이 모기업의 정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위기설까지 나돌던 르노삼성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에서 글로벌 제품개발과 생산기지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반면, 한국지엠은 중국GM에 밀려 국내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부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제공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8만3013대를 수출하며 전년 동기대비 7.8%의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6월 수출(1만7815대)은 전년 동월대비 무려 42.8%나 늘었다. 지난 몇 년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에서의 지위가 급부상하면서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수출 대수로는 여전히 한국지엠과 격차가 크지만 연간 40만대 생산능력의 부산공장을 풀가동해도 역부족인 수준의 주문이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다.

르노삼성의 자동차 수출은 2013년까지만 해도 7만대 수준에 불과했으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닛산 로그의 북미 수출물량의 위탁생산을 결정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2013년 9월부터 로그 수출을 시작한 2014년 전체 수출이 8만9851대로 증가했고, 로그 수출이 본격화된 2015년부터는 14만대 이상씩 수출하고 있다.

르노 역시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형 세단 탈리스만(SM6)에 이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꼴레오스(QM6)의 전세계 판매물량 생산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하고 있어 당분간 물량이 부족해 가동률이 떨어질 우려는 사라졌다. 

르노와 르노삼성간의 관계에서 가장 주목 해야 될 부분은 르노삼성의 연구개발 분야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르노삼성 중앙연구소는 르노그룹이 전세계에 보유하고 있는 연구소들 중 프랑스 연구소를 제외하고 디자인을 비롯해 다양한 세그먼트의 신차 연구개발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연구소다. 

르노의 프리미엄 라인업인 탈리스만과 꼴레오스만 놓고 봐도 르노삼성 중앙연구소에서 세부 디장인부터 설계, 부품 개발까지 상당부분을 도맡아 완성시킨 차량들이며 국내에서는 SM6와 QM6로 판매되고 있다.

르노삼성이 향후 르노그룹이 출시하는 프리미엄 SUV의 차량 개발을 전담하게 된 것도 그룹 내부에서 인정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과 3~4년 사이 르노그룹 내 르노삼성의 위상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해외 계열사에서 연구개발·생산 부문의 주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 글로벌 GM의 생산거점들 중 볼륨이 줄어가고 있는 한국지엠 공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반해 한국지엠은 갈수록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GM의 중·소형 세그먼트 중요 생산기지였던 한국지엠이 중국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수출 길도 줄어들고 있다. 본사로부터 신차 도입과 관련해 특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현재 최고경영자(CEO)까지 사임을 표하면서 다시 한국철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수출은 20만5290대로 전년 동기대비 6.5% 줄었다. 한국지엠은 전체 생산물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해 수출물량 감소는 회사 실적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수출물량 감소가 단발성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은 지난 2011년 66만7604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 65만4933대부터 2016년 41만6890대까지 꾸준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3년 말 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시키며 2014년 이후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올 상반기 이미 마이너스를 찍은데다 GM이 그나마 유럽에 남아 있던 오펠 브랜드까지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에 매각하고 유럽에서 철수하는 계획을 진행 중이라 연간 수출실적에서도 감소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이 지난해 오펠에 수출한 ‘모카(국내명 트랙스)’의 물량은 전체 수출 절반 이상인 24만대에 달한다.

한국지엠은 내수 판매정책에 있어서도 본사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국내 준중형 세단 볼륨모델인 올 뉴 크루즈는 미국에서 이미 1년 전부터 판매되던 모델을 국내도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 출시했다. 또 극심한 모델 노후화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형SUV 캡티바는 해외에서 에퀴녹스라는 신모델이 있음에도 국내판매가 안되고 있다.

2013년 초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소형SUV 트랙스, 올 뉴 크루즈의 초기 가격정책을 잘못한 부분들이 본사의 신뢰를 잃게 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또 다음달 말로 제임스 김 사장이 한국지엠을 떠나는 것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특별한 후임이 없는 상황에서 공석이 된 CEO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도 큰 고민이다. 더욱이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역시 걸림돌로 작용하며 앞으로의 한국지엠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독자모델의 생산과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에 종속돼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 경쟁 못지 않게 모기업 내 해외 거점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며 "비용 효율성이나 품질 등에서 다른 해외 법인보다 강점을 보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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