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업체들 점수조작 드러나, 일본식 경쟁촉진으로 가야 잡음없어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면세점매장과 장충동 신라호텔 면세점등은 적자로 울상이다.

2년전 의욕적으로 참여한 동대문 두타와 여의도 63빌딩 한화갤러리아 면세점매장도 수백억원의 마이너스행진으로 고민하고 있다. 중국의 치졸한 사드보복으로 요우커들의 발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면세점업계는 삼복 무더위속에서 한겨울 추위를 타고 있다.

대형 면세점업체들은 중국의 추가적 보복이 우려돼 드러내놓고 불만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벙어리 냉가슴이다. 독일 G20회의 중 문재인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보복 해제를 요청했다. 시주석은 냉담했다. 한국은 더 고생해야 한다는 옹졸한 근육질외교만 드러냈다. 한중간 경제분야 냉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면세점사업권은 사드보복이 본격화하기 전만해도 황금알사업이었다. 한중경제교류 확대로 요우커들이 매년 30%씩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2014년에는 외국인관광객이 1100만명을 돌파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에는 요우커들이 몰려와 싹쓸이쇼핑을 했다. 설화수의 태평양 주가는 황제주로 부상했다.

2조원에 머물던 면세점 시장은 2010년대에 5조원대로 급팽창했다. 일본과 중국 대만등도 한국면세점 호황을 시샘해 대형면세점을 잇따라 오픈했다. 한중일간에 면세점대전이 벌어졌다.

황금알사업으로 알려진 면세점사업권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11일 박근혜정권 시절 이뤄진 세차례의 면세점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온갖 비리와 부정이 저질러졌다고 발표했다. 두산과 한화갤러리아는 점수를 높게 줘서 사업권을 주고, 롯데는 점수를 깎아서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두산과 한화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공고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고 강조한다. 투명한 입찰로 사업권을 따냈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 감사원의 면세점 사업권 비리 발표는 충격적이다. 참여업체들의 점수를 조작해 사업자 선정의 불공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관세청의 완고한 인허가권 고수가 밀실심사, 깜깜이 심사의혹을 초래했다.

면세점업계 황제 롯데가 탈락한 것은 충격이었다. 당시 신동빈회장은 형 신동주 전 SDJ부회장간의 경영권 분쟁이 화근이 됐다. 재벌가 형제간 싸움이 정부와 정치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부로선 기업이미지가 나빠진 롯데에 면세점 사업권을 주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관세청은 점수를 조작해 롯데를 일부러 탈락시킨 의혹이 짙다.

쉽게 흥분하는 여론과 정성적 요인으로 롯데는 고배를 마셨다. 관세청의 여론눈치보기와 이현령비현령식 심사가 롯데를 속죄양으로 삼았다.
  
감사원은 이례적으로 관련공무원들의 징계를 요청했다.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했다. 점수조작 의혹에 휘말린 두산과 한화는 자칫 면세점사업권을 내놓아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면세점사업이 갑작스레 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투명하지 못한 관세청의 깜깜이 심사, 밀실심사가 면세점행정에 대한 신뢰에 먹칠을 가했다.  

감사원의 발표를 계기로 면세점사업자 선정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지금처럼 의혹을 자초하는 깜깜이 심사가 지속되면 선정 잡음과 논란은 불거질 것이다. 인허가권을 틀어쥔 관세청관료들의 수난과 희생도 지속될 것이다. 알량한 인허가권으로 갑질을 하다가 징계받고, 수사를 받아야 하는 화를 되풀이하는 것은 어리석다.  

특허장사를 하는 관치행정은 퇴출돼야 한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면세점사업을 하게 해야 한다. 우리 면세점사업을 벤치마킹했던 일본은 되레 경쟁촉진정책으로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 링에 오르는 선수에 대해 제한을 둬선 안된다. 업체간에 경쟁이 촉진돼야 서비스질도 제고된다.
재벌들이 면세점 특허사업에 안주해 입찰 경쟁을 벌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계는 최순실사건으로 '재벌=적폐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좁은 내수시장에서 면세점 인허가로비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반기업정서만 조장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로 출발했던 박근혜정부 시절 재계 2~3세들의 빵집및 커피숍 운영, 소모성자재 계열사들이 논란이 됐다. 광고대행사, 시스템통합(SI)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도 이슈가 됐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그룹들은 해당 사업들을 정리하거나, 계열사 비중을 대폭 줄였다.
 
   
▲ 면세점행정은 투명해야 한다. 관료들이 간택하게 해선 안된다. 경쟁촉진으로 가야 한다. 모든 선수가 링에 오르도록 해야 한다.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시장에서 승부가 나게 해야 한다. 철지난 관치로 면세점사업권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퇴출돼야 한다.

'재벌 저승사자' 김상조의 공정위와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는 편법승계와 불공정하도급, 프랜차이즈 계약 갑질 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관세청은 면세점을 자율경쟁에 맡기면 짝퉁명품이 범람하고, 국가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견 나으리들의 타당한 걱정같다. 짝퉁명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은 시장에서 곧바로 퇴출된다. 관료들 특유의 오만한 관치관행이 면세점행정을 낙후시키고 있다.

면세점 행정도 선진화해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도 걷어내야 한다. 5년마다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도록 한 홍종학법은 증오와 질투의 법이다. 대기업에 반감을 갖고 있는 진보학자 홍종학씨가 면세점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인 것은 면세점 시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수십년간 면세점사업을 하다가 졸지에 탈락한 롯데잠실점과 워커힐호텔은 수천명의 직원들 정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박근혜정부는 뒤늦게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다시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당시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에 대한 비판이 무성했다. 정부가 일자리창출에 주력하면서 되레 일자리를 줄이는 독소법안이라는 여론의 뭇매가 가해졌다.

10년 연장법안은 기차가 떠난 뒤에 손을 흔드는 것에 불과했다. 촛불시위로 출범한 문재인정부나 정치권이 이를 통과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벌 특혜설로 곤욕을 치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특정세력의 선동에 휩쓸리는 여론이 이끌어가는 민중정부가 됐다. 소신있는 정부와 정치인은 사라졌다.  그리스의 타락한 민주주의인 중우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관세청은 낡은 칼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칼은 관료들의 목을 겨냥하는 부메랑이 된다. 인허가규제를 과감히 풀고 경쟁촉진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질좋은 서비스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 업체가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 특허, 인허가 등 관치시대의 유물은 사라져야 한다. 시장은 정부보다 훨씬 현명하다. 죽도록 고객에 충성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잘 안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