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신비 인하는 민간의 몫
정부 지나친 간섭은 시장 발전 저해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통신비 인하' 정책은 정부가 민간보다 유능하다는 오만에서 비롯됐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통신비 인하는 내가 풀어야 할 몫"이라고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 미래부는 이치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통신비 인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목적이 무엇이든 민간 기업의 상품 가격을 정부가 정한다는 발상은 시장경제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을 때는 '시장 실패'의 근거가 명확할 때뿐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통신 시장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틀린 주장이다. 통신 시장은 실패는 커녕 전 세계 유례없는 '시장 성공'의 사례다. 세계 1위의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의 통신기술을 '시장 실패'라 규정할 근거는 없다.

물론 통신요금이 예전에 비해 비싸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음성통화와 문자만 사용하던 시절의 요금을 지금의 데이터 요금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통화, 문자 값만 지불하는 것과 '데이터' 값을 지불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소비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나가 카메라, TV, 시계, 내비게이션을 대체하는 시대다. 우리가 지불하는 통신비 안에는 '맛집'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유용성,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은행에 직접 가지 않음으로 절약되는 시간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것을 간과한 채 '통신비가 비싸니 정부가 해결해 주겠다'는 정책, 거기에 열광하는 일부 시민단체를 보고 있자니 씁쓸하다. 진정으로 통신비가 걱정된다면 억지로 요금을 내릴 것이 아니라 통신사들이 요금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일부에서는 통신사가 정부의 주파수를 받아쓰니 간섭을 받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통신이 '공공재'라는 뜻이다. 그러나 주파수는 공짜가 아니다. 통신사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그런 잣대라면 이 세상에 공공재 아닌 것이 어디 있냐"며 "정부가 제공하는 수도, 전기를 써서 만든 제품이 다 공공재냐"고 지적했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발전하고 사용자의 편리함이 커질수록 그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닌 당연한 수순이다. 또 모든 통신요금이 비싼 것은 아니다. 저렴한 요금의 '피쳐폰',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알뜰폰'도 존재한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서 통신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스마트폰을 구입할때 지원금을 더 많이 주기 때문이다.

결국 더 좋은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다. 고가 요금제에는 음성 무제한, 데이터 무제한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이러한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낭비일 뿐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서 통신비가 비싸다고 토로하는 셈이다.

고가 요금제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리려면 그만큼 비용을 내야 한다.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된다면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게 요금제를 선택하면 된다.

"통신비 인하는 내 몫"이라며 책임을 떠 앉는 미래부 장관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통신비가 왜 올랐는지 인과관계를 따져보지 않는 인기영합적인 발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부는 이치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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