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판매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전가하려고 해 물의를 빚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은 지난달 LIG건설 CP 투자 피해자인 권모(74)씨에게 5502만2800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비용액확정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SC은행의 LIG건설 CP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진행된 투자금반환소송에 대응하면서 SC은행이 부담한 소송비용이다.

지난 2010년 SC은행을 통해 LIG건설 CP에 총 5억원을 투자한 권씨는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SC은행에 투자한 금액을 돌려달라는 신탁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은행이 기업어음을 판매할 당시 권씨가 원하면 신탁상품을 중도 해지 할 수 있다고 속인데다 모집금액까지 부풀려 상품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의 소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1심과 2심에서 권씨에게 "불완전판매의 정황이 없고, SC은행의 LIG건설 CP 판매가 사기성은 없다"며 패소판결을 내리자 권씨는 여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권씨가 3심을 진행하던 중 구자원 LIG 회장의 CP 발행과 관련한 사기 정황이 드러났고, LIG그룹은 "CP 피해자에게 피해금 전부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LIG그룹으로부터 투자금을 보상받은 권씨는 은행을 상대로 더는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3심 소송을 취하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당초 법원은 2심까지는 모든 비용은 소송에서 진 쪽이 물도록 했었다. 하지만 권씨가 3심 진행 중에 소송을 취하했기 때문에, 2심 이후의 소송 비용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SC은행은 2심까지 적용되던 내용대로 소송과 관련한 일체의 비용은 패소한 쪽이 물어야 한다는 이유로 비용(5502만원) 모두를 권씨에게 전가했다.

SC은행 측은 "법적 절차대로 진행했을 뿐"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CP 판매에 대한 은행의 책임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SC은행이 소송비용까지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본인들의 잘못으로 상품을 팔고 이에 대해 무지한 소비자에게 막대한 비용을 청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피해자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아닌 그 반대의 일을 서슴지 않고 하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SC은행과 함께 LIG건설 CP를 판매하고 동일한 내용의 민사소송에 피고로 섰던 우리투자증권 등 금융사들은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패소한 원고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청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