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는 대한민국의 문제 아닌 동북아 전체와 세계적 강대국 얽힌 문제
   
▲ 이신훈 건전사회를 위한 국민의힘 대표
한국이 막강한 이지스구축함을 보유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996년 일본의 하시모토 총리가 "독도는 일본영토" 망언을 하자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을 하며 해군참모총장을 불러 독도에서 무력시위를 하라며 지시했다. 해군참모총장은 한국해군의 전력으로는 일본 해상자위대(이하 해자대)에게 반나절도 못되어 전멸 당한다는 보고를 했고, 이에 충격 받은 YS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되물었다.

참모총장은 해자대 주력인 이지스 구축함의 위력을 설명하며 한국도 구축함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YS가 구축함 사업을 승인하자 참모총장은 12척의 이순신급 구축함과 이지스 구축함 6척을 추진했으나 IMF로 인해 김대중 정부에서 반토막이 났다.

군사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YS 덕분에 한국해군은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게 되었으나 주변국의 국력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 대통령으로 통치했다는 끔찍한 경험은 김영삼 정부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채택했으나 어떠한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와 같은 초강대국들의 패권과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는 동북아에서 한국의 국력으로는 균형자 역할을 해낼 수가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우리 군대는 동북아시아 균형자로서 지역 평화를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 말했는데, 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다 보니 외부로의 확장에 제한이 걸려있었고 당시의 공군력으로는 공중급유기가 없다보니 이어도 방어는커녕 독도 방어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고, 그나마 해군의 구축함이 대양 작전이 가능했으나 제주해군기지가 없다보니 이어도 분쟁시 신속 대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가진 실질적인 군사력과 주변 강대국들의 힘과 정책을 파악하지 못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은 맥없이 국내에서 조차 바람 한번 못 일으키고 폐기되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이명박 정부는 군사력의 한계를 한미동맹을 바탕에 둔 대미 외교로 풀려고 노력했었다. 실용주의 외교를 펼치며 10여 년간 약화된 한미동맹을 강화시켰으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반일 친중 노선의 길을 걸으며 대미 외교에 적잖은 혼선을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반미 친북 친중 노선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었으나 집권 후에는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훈련으로 대미 외교를 중시했고 G20 정상회의를 통해서는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일 3자간 안보 협력'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었다.

사드배치 문제로 한미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사드 배치 확정을 확약했으며 미 상원의회에서도 2018회계연도 국방예산법안에 '의회는 평화적인 군축을 위해서 미국이 사드 한국 배치를 포함해 역대 동맹에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서 미국에 의한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과 사드 운영비용 한국 부담에 대한 의혹도 사실상 해소가 된 상태이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서 사드 배치는 사실상 확정되었으며 G20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안보 협력도 이끌어 내는 등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놀라운 인식의 변화는 G20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11일 국무회의에서 드러났다.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한국 대통령으로서 솔직한 심정을 발언한 것이며 세계 정상급의 강대국에 둘려 쌓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라 평가된다.

북핵 문제에 대해 한국인의 좁은 식견은 북핵 문제를 한반도 문제라고만 인식한다는 것이다. 북핵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문제이며 관계된 이해 당사국들은 모두 초강대국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독단적으로 무엇을 해서 어떻게 이루겠다는 발상은 순진한 어린아이의 발상에 불구하며 우물 속 개구리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6.25 전쟁 당시 외교의 천재였던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힘도 없는 상태에서 북진 통일을 외치며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극약 처방을 통해 한미동맹을 이끌어 내며 안보·경제·외교·민주주의 발전에 세계사적 업적을 남겼다.

우리 단독으로 공산주의 세력들과 싸워 이길 힘이 없기 때문에 세계에서 제일 강한 미국과 동맹을 맺은 것이다. 미국 또한 자신들의 힘만으로 자주국방을 이룩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맹을 맺기도 하고 제3세계의 국가들과는 교역과 협력을 통해 안보를 다져나간다.

걸핏하면 자주국방을 외치는 한국의 좌파들은 이러한 현실을 알고나 있을까? 북한도 대남 공작의 일환으로 자주를 외치곤 하지만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식량과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면 정권이 붕괴될 정도로 매우 취약한 모순을 안고 있다.

지금 청와대에는 운동권 출신들이 득세하고 있고 이것을 불안하게 느끼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투쟁을 위한 목적으로 반미친북 노선을 걸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5천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과거 정권들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동북아 전체와 국제사회의 흐름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신훈 건전사회를 위한 국민의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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