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회사 인수에 자금 1500억 투입
기업가치 1/5로 낮아 "경영 능력 의문"
[미디어펜=최주영 기자]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우선협상대상자 중국 더블스타타이어에 대한 ‘자격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더블스타가 영업이익과 매출 총이익 등 지표가 개선되는 사이 실질적인 현금 흐름은 거꾸로 악화돼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 중국 더블스타타이어의 현금흐름 지표가 악화된 가운데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인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현금창출능력 지나치게 낮아…‘승자의 저주’ 우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더블스타의 현금흐름은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블스타 재무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매출 총이익과 영업이익은 8950만달러(1014억4825만원), 169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370만달러(1175억원), 1920만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그러나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에비타(EBITA)가 2014년 5760만 달러에서 지난해 3940만 달러로 급속도로 나빠졌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14년에 9010만 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44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영업이익 상승과 함께 개선돼야 할 현금흐름 지표가 오히려 악화된 것은 더블스타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더블스타의 올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1억 6400만달러(약 185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69만달러(약 41억 8400만원)으로 1.31% 증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흐름’ 항목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면 상관없지만 2~3년 연속 마이너스라면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현재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1500억원 투자해 매출 5배 기업 ‘꿀꺽’

더블스타의 인수 자격의 불안전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6년 말 기준 금호타이어의 자산은 5조1216억원으로 더블스타(1조2000억원)의 4.2배에 달한다. 금호타이어 매출은 더블스타 대비 5배 더 많다. 

더블스타가 자기자산의 4.2배나 되는 금호타이어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업계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더블스타는 애초에 금호타이어 인수 대금 9550억원 중 7000억원 이상을 대출받았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5년만기 M&A(성미투자펀드)에 9억 위안(1480억원)의 투자금을 내고 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더블스타의 경우 유한책임투자자로 만약 펀드 운영에 큰 손실이 발생하면 위탁운용사(GP)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임은 다른 곳에서 지게 되는 것이다. 

더블스타 인수자금은 대부분이 차입금으로 향후 상환과 이자지급 등을 위해 금호타이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차입금 7000억원의 연 금리를 5%로만 잡아도 연 35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내야 하는데 연간 당기순이익이 101억원(2015년 기준)인 더블스타가 감당하기는 힘든 수준이다.

반면 금호타이어의 현금창출 능력은 연 2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얻은 자금을 차입금 상환 등에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와의 기술공유가 금호타이어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득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블스타는 현재 상주하고 있는 연구개발 인원이 4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는 연간매출액의 3%를 R&D에 투자하고 있고 금호타이어 인수후에도 같은 비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연구개발비용으로 매출액 대비 3.18%를 투자하고 있다. R&D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750여명으로 더블스타에 두 배 가까이 된다. 제품 및 기술 관련 특허수도 870개가 넘고 국외서 실효를 인정받은 특허도 50여건이다.

   
▲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임직원들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타이어업계는 무형의 자산인 기술에 대한 법적 보호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앞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기술유출에 대해 법적인 보호장치를 이미 마련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최대 주주가 동일한 상황에서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블스타는 이미 금호타이어 실사 과정에서 기술력과 경영노하우를 배웠고, 인수가 무산돼도 약 48억원의 실사비용을 돌려받게 되기 때문에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금호타이어 “더블스타로 매각되면 전원 사퇴”

상황이 이렇자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기술 유출 우려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술 유출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금호타이어 직원들의 고용 상황도 위협받게 된다.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 등 임원 41명 전원은 지난 13일 결의문을 내고 “회사가 더블스타로 매각되면 전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은 당초 13일로 예정됐던 금호산업 이사회를 오는 18일로 연기했다. 

박 회장측은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요율 ‘연간 매출액의 0.5%’, 사용기간 ‘12년 6개월’ 조건에 대해 해당 조건대로 유지 보장이 없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금호산업이 2번의 이사회를 거쳐 사용요율 0.5%, 20년 의무사용 조건을 확정한 만큼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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