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청와대가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들을 공개해 국정농단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청와대의 문건 공개 시점에 의도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수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문건을 전격 공개한 것이 ‘야권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문건 공개를 두고 청와대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는 듯 보인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해 검찰에 넘긴 이 문서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들의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 막판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에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검찰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담긴 자료가 적지 않다.

특히 관련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측은 해당 메모들만 봐서는 관련 내용이 정부 정책 등으로 이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는 문화예술계 건전화와 관련한 문건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문건들은 전 정부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문건들이 유죄의 증명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우선 문건이 조작이나 위·변조 없는 진정한 문서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건의 작성자와 작성 정황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 이 부분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진정한 문서로 인정받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아야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것인지, 강압적으로 작성된 자료인지, 작성자가 직접 체험한 내용을 적은 것인지 등을 따져 '증거로 쓸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인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문건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을 증명하느냐는 재판부의 자유로운 판단에 달렸다. 그 내용이 특정인의 혐의가 유죄임을 입증할 만하다고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특검과 검찰이 남은 변론 과정에서 문건의 내용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다.

법조계는 이 문건들이 뇌물을 주고받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기록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안종범 수첩'처럼 혐의사실을 추측하게 하는 간접증거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간접증거는 직접 증거와 결합해 혐의사실을 인정하는 재판부의 판단자료로 활용된다.

이수희 변호사는 이번 공개된 문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 지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는 이번 재판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아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하고 같은 간접증거일 뿐이다"면서 "이것이 박 전대통령과 독대 전에 작성됐다고 하더라고 그 자리에서 오고간 얘기 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민사재판에서는 증거로 쓸 수 있겠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증거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피고인측의 동의가 있어야 증거로 채택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