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이 없다
여타 관찰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
[미디어펜=석명 기자] JTBC 일요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조용하면서도 따뜻하게 시청자들의 가슴에 스며들고 있다.

16일 방송된 4회가 7%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시청률 6.7%)을 기록하는 등 '효리네 민박'은 순항 중이다.

'효리네 민박'의 인기 비결은 물론 '거꾸로 읽어도 이효리'인 이효리 덕분이다. 결혼과 제주도 정착으로 장기간 활동 공백이 있었던 이효리가 방송 컴백을 했고, 최근 솔로가수로 팬들 앞에 다시 서 화제성을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베일에 싸여 있던 이효리 부부가 직접 사는 집의 안방까지 공개하는 이색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다 보니 '효리네 민박'에 쏠리는 관심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 '효리네 민박' 홈페이지 캡처


'효리네 민박'에는 많은 것이 있다. 돌아온 이효리고 있고, '볼매남'인 남편 이상순도 있고, 민박집 직원으로 취직해 감춰져 있던 새로운 매력을 어필하는 아이유도 있다. 셀럽견 순심이를 비롯한 효리네의 또 다른 가족인 반려견과 반려묘도 있다. 보통의 시청자가 민박집 손님으로 등장하는 익숙함도 있고, 많이 알려진 관광지 이외의 제주도 풍광을 엿볼 수 있는 설레는 낯섦도 있다.

그런데, '있는 것'만으로는 효리네 민박집이 풍기는 따뜻한 힐링 기운과 착한 예능을 다 설명할 순 없다. 효리네 민박에는 '없는 것'도 있는 것이다.

효리네 민박에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외면하기 힘든 이른바 '설정'이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톱스타 출신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을 찍으면서 안식처인 집을 공개하고, 내밀한 부부의 일상도 드러냈다. 그런데 좀더 예뻐 보이려고 하거나(외모든, 행동이든, 집안 살림이든), 공개가 꺼려지는 부분을 감추려고 하는 의도가 별로 없다. 자다가 일어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남편이 빨래를 갤 때 이효리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팬티까지 보여줘야겠냐며 타박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동물, 주변 환경에는 늘 해온 것처럼 고스란히 그런 감정을 전하는 데만 충실한다. 새로운 사람(손님)을 만나면 반가워하고, 한 공간에 머무는 동안 불편하지 않도록 적절히 배려하는 마음을 보인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일상인 밥 해 먹고, 설거지 하고, 차 마시고, 음악 듣고, 산책하고, 집 안팎의 이런저런 일을 해나간다. 

밥 한 끼 먹으려고 게임을 하거나, 셰프 따라잡기를 하거나,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를 일이 없다. 명색이 예능 프로그램인데 혹시 시청자들이 지루해 할까봐 시간을 때우기 위한 미션을 수행한다든지, 친한 연예인을 찬조 출연시켜 캐릭터 낭비를 하지도 않는다.(4회에는 이효리의 이웃에 사는 장필순이 그냥 동네 마실 온 아줌마처럼 잠시 등장한다)

'설정'이 없다 보니, 요즘 대세인 여타 관찰 예능 프로그램보다 밋밋해 보인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평도 있다. 그래도 제작진이 지금과 같은 프로그램 제작 의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설정'을 통한 재미는 다른 예능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효리네 민박'은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는 '이효리같은' 방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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