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에 진출한 현대증권이 업계를 선도하며 돌풍을 일으키자 다른 증권사들도 잇따라 카드 출시에 나섰다.

성장은 고사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는 증권사로써는 해외 진출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증권사의 카드업 진출은 의미가 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증권 체크카드로 '돌풍'...증권사 카드 출시 '러쉬'

18일 현대증권은 지난 2월 초 증권업계 최초로 ‘에이블 카드’라는 이름의 체크카드를 내놨다. 출시 5일 만에 1만좌, 두 달 만에 10만좌를 돌파하는 등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다양하고 실용적인 부가서비스가 고객들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홍역을 치른 카드시장에서 금융기관의 e메일·문자메시지(SMS) 등을 통한 마케팅 활동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에이블카드는 증권업계 최초로 증권사 자체 브랜드로 탄생한 체크카드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망을 활용해 신용카드사의 체크카드와 동일하게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현대증권 에이블 카드는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업종(주유, 대형할인점, 백화점, 택시/KTX 중) 위주의 할인 혜택과 OK캐시백포인트의 현금상환서비스 등 장점이 부각되면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현대증권은 지난 2월 초 증권업계 최초로 ‘에이블 카드’라는 이름의 체크카드를 내놨다. 출시 5일 만에 1만좌, 두 달 만에 10만좌를 돌파하는 등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사진제공=현대증권

이처럼 현대증권의 카드사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내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카드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이 달 들어 현금IC카드 결제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현금 입ㆍ출금, 계좌이체 용도로만 사용되던 증권CMA 카드에 일반카드와 같은 결제기능을 추가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국내 현금IC카드 가맹점에서 직불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도 현재 현금IC카드 서비스 도입을 준비중이다. 또 한국투자증권 등 7∼8곳이 체크카드 출시를 검토하면서 카드 결제망 활용 등에 대해 비씨카드와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증권사 카드업 진출은 CMA 고객 확보용...혜택 많아도 문제 없어

증권사들이 이처럼 카드업에 속속 뛰어드는 것은 카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카드 발급을 통해 새로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증권사 발급 카드는 해당 업체의 CMA 계좌와 연동한다. 만약 기존에 CMA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아니라면 카드 개설을 위해 CMA 통장도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결국 증권사 카드를 만들면 해당 증권사 CMA 계좌도 늘어나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카드업 진출이 실질적인 이득 없이 카드사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도 있지만 증권사의 설명은 다르다. 카드사와는 출시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카드업에 진출한 목적 자체가 카드 사업 자체로 수익을 내겠다는 뜻 보다는 신규 고객 확보와 CMA 계좌를 조금 더 확보해 고객을 더 잡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수익이 낮아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 사진출처=현대증권

또 신용카드업계는 증권업계가 다른 법을 적용받아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을 피할 수 있다며 불공정 경쟁이라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카드업체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아 과도한 카드혜택을 제공하면 감독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지만, 증권사들은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아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체국, 신협, 새마을 금고 등 카드를 발행하는 금융기관도 모두 여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을 따르고 있다"며 "카드사들의 불만은 일종의 질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