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혁명, 지상파 퇴조속 케이블도 유투브 등 OTT도전받아

   
▲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
버글스(buggles)가 1980년대 부른 “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라디오 시대가 막을 내리고 TV로 대변되는 영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서막과 같은 노래였다. 이후 지상파 TV는 전파의 희소성과 방송의 공공성을 이유로 미디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방송에 사용되는 전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허가된 MBC, KBS, SBS 등의 일부 방송사만 시장에 진입을 할 수 있었고 시장 내에서 경쟁이란 존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은 미디어 시장의 경쟁을 가능하게 했다. 한정된 전파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매체들이 등장한 것이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시장의 경쟁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동축케이블로 영상을 전달하는 케이블TV가 1995년 개국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1999년 이후 인터넷의 보편화, 2008년 IPTV의 등장에 힘입어 방송, 인터넷, 모바일을 하나로 융합하는 상품이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IPTV가 성장하면서 아날로그 방송을 주로 송출하던 케이블TV가 디지털화를 서둘렀다. 또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을 시청하는 것도 가능해 졌다.

실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발표하는 소비자행태조사에 따르면 1999년의 경우 1인당 지상파TV 이용시간은 202분, 라디오 58분, 신문 46분이었다. 당시 지상파TV는 1인당 미디어 이용시간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다. 한편 2012년의 소비자들은 지상파TV를 매일 157분 이용했으며, 케이블TV는 92분, 위성방송은 100분, IPTV는 81분이었다.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이 지상파TV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다.

   
* 자료 :한국방송광고공사, 2012

또한 1999년에 비해 2012년의 미디어 소비자들은 지상파TV, 라디오, 신문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모바일인터넷 등 9개의 다양한 매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됐으며, 매체 이용시간도 늘어났다. 1999년 일일 미디어 이용시간은 305분이었는데 2012년에는 740분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TV를 켜두고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멀티태스킹의 경우도 있으므로 절대적 시간의 증가만으로 소비자들의 효용이 증가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용시간이 높아진 것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미디어 친화적 삶을 살게 된 것을 의미한다. 매체간 경쟁이 소비자를 즐겁게 한 결과다.

미디어 시장의 경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을 위협하던 유료방송들도 이미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투브(You tube)와 넷플릭스나 훌루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는 인터넷만 접속가능하면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컴퓨터나 휴대폰으로도 시청이 가능하므로 굳이 TV 앞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

   
▲ 미디어 혁명은 어디까지 진행되는가? 지상파TV가 케이블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데 이어 케이블도 모바일인터넷과 IPTV 등의 부상으로 시청자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유투브, 훌루, 넷플릭스 등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투브 홈페이지 모습.

버글스가 요즘 활동했더라면 “Internet killed the TV set"이라는 노래를 불렀을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케이블 상품 가입을 해지하고 OTT 서비스로 옮겨가는 케이블커팅 현상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OTT는 주파수, 케이블을 이용하지 않고 범용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송법의 규제도 받지 않으므로 공격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시장 환경에 잘 적응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생산해 만족시키는 것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다. 또 앞으로 어떤 매체가 새롭게 미디어 시장의 경쟁에 합류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