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몰아 마녀사냥 몰이는 공멸의 길…자정 노력·개혁 유도가 순서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2004년 6월 14일. 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집권여당 대표인 김의장은 노대통령에게 "계급장을 떼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를 토론하자"고 했다. 여당대표가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

노대통령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문제는 당의 공약이라고 해도 원가공개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노대통령은 반시장적인 분양원가 공개를 끝까지 거부했다. 노대통령은 공기업이라도 10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혁후퇴가 아닌, 대통령의 소신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노대통령은 재야시절 장수천샘물사업 등 비즈니스를 해봤다. 장사와 경영의 기본원리는 경험한 셈이다. 진보정권의 대통령이 당과 갈등을 빚어가면서 원가공개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은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원가공개 문제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엔 프랜차이즈 본사의 필수재료 마진 공개이슈다. 경제검찰 수장인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프랜차이즈본사가 가맹점에 공통적으로 판매 공급하는 필수품의 마진을 조사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본사가 협력업체에서 필수물품 공급받을 경우 리베이트를 받는지도 가맹점에 밝히도록 하겠다고 했다.

   
▲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필수재료의 마진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진공개는 기업의 핵심기술이자 노하우다.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경영하라는 것과 같다.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대한상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문재인정권은 19일 100대국정과제 발표에서 갑의 횡포를 막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을지로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천명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사안인 갑질 불공정 문제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기업들의 마진공개는 전례가 없다. 공정위의 과잉규제가 된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이 재현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가나 마진이야말로 기업기밀사항이다. 이를 공개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필수재료는 본사의 각종 경영 기술 노하우가 들어있는 핵심재료에 해당한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주르 등의 본사는 산하 연구소등을 통해 매일 수십건의 신제품을 개발한다.

모 제빵제과 본사의 총수는 직접 새로 개발한 빵등을 시식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제품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서 개발하는 필수재료는 핵심 기술이다.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영업기밀 다 내놓고 사업하라는 것과 같다. 자동차나 반도체업체에 대해 핵심공정과 부품기술을 경쟁사들에게 공개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공정위의 강압적인 행태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븡괴시킬 우려가 있다. 본사는 악의 축으로 매도하고, 가맹점주는 착한 사람들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시시콜콜 기업들의 원가와 마진까지 파헤치는 것은 심각한 경영간섭이다.

프랜차이즈협회 박기영회장은 김상조위원장의 방침에 대해 "비용을 공개하고 로열티를 받지 말라는 것은 사업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타당한 주장이다.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지식서비스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는 가맹점을 착취하는 악의 축이 결코 아니다.

   
▲ 프랜차이즈 본사는 막대한 연구개발과 기술개발을 통해 필수재료를 개발하고 제품에 반영한다. 핵심기술은 결코 공유될 수 없는 기업의 고유한 재산권이다. 정부는 공정한 계약문화가 조성되도록 유도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인위적이고 급격한 규제와 간섭은 프랜차이즈 시장을 고사시킨다. 파리바게뜨 매장.

프랜차이즈본사와 가맹점간의 계약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은 필요하다. 호식이배상법이 등장할 정도로 일부 본사의 비윤리적, 위법한 처사가 국민들의 분노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구속된 모 피자총수의 비리에서 드러나듯 치즈통행세, 인건비 전가, 자서전 강매등의  갑질을 개선돼야 한다.

일부 본사 비리가 전체 프랜차이즈 비리로 매도되는 것은 마녀사냥으로 흐를 뿐이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하기에 앞서 본사와 개맹점간의 자정노력을 유도하는 게 순서다. 불공정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자정노력과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가맹점에 대한 피해방지대책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 각종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공정위가 본사와 개맹점간의 원가나 적정 마진을 분석할 수 있다는 발상은 접어야 한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본사의 창의적인 노력과 기술개발, 혁신으로 만들어진 필수재료를 공개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기업가정신과 혁신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

마진과 원가공개가 현실화하면 획일화한 제품이 나올 것이다. 기업들의 혁신열정은 사라진다. 소비자들은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빵과 피자 치킨등을 먹게 될 것이다. 차별화되고 맛있는 빵을 먹을 소비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권도 침해한다.

공정위는 시장이 위축되지 않게 공정한 규제를 만드는 데 치중해야 한다. 반시장적 반기업적 규제강화는 시장의 활력을 후퇴시킨다. 을의 눈을 닦아준다는 공정위의 갑질 해소 대책이 자칫 갑과 을을 모두 고사시킬 수 있다.

가맹점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과도한 임대료와 인건비라고 강조한다. 내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시킨 것도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갑질대책만 부각되면 가맹점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시장자율의 자정노력과 개혁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를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진보정권 초기에 어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갑질을 지속할 있는가? 대기업 저승사자 김상조효과는 시장에 이미 퍼져있다.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죽는다는 공포감이 확산돼 있다. 기업들마다 자정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무현대통령도 거부한 원가공개 거부 문제가 문재인정권에선 더욱 기승을 부린다.  반시장 반기업 악령이 재계를 움추러들게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