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특성상 인건비 비중 높은 유통업계 압박 가중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대구시 칠곡군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25)는 20일 2018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확정된 것을 보고 "이게 나라냐"고 한탄했다.

부친이 운영하던 가게를 물려받은 그는 "(종업원) 2명 쓰고 있었는데 이제 줄이거나 가족들이나친척들이 일해야 할 것 같다"며 "서민음식이라 어떻게든 가격 인상 안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올려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8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통해  "금번 인상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84.5%가 근무하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은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게 현실"이라며  "선진국과 달리 상여금·숙식비 등을 빼고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가지고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우리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추가적인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다"며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수준으로 인상된 것을 비판했다.

   
▲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액 및 산입범위/자료=최저임금위원회

오정근 건국대학교 특임교수는 이에 대해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한국 최저임금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은 유통업계는 압박을 더욱 크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인건비 직접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백화점 4.3%·대형마트 15.8%·슈퍼 17.4%(1개 점포 기준)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저임금 재정투입은 한시적 조치'라고 말한 바 있어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업계가 짊어질 공산이 크다.

편의점의 경우 일 매출이 현재와 같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가맹점주의 순수입을 14% 이상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매출이 적은 소형 점포의 경우에는 비용 부담이 더욱 증가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가게를 접고 내가 편돌이(편의점 아르바이트생)가 되거나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나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최저임금 1만원은 단순히 시급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들과 영세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지원대책을 믿고 변함없이 영업과 고용 유지에 힘써주시고,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으로 보답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주도성장의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 걱정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발생할 충격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분 초과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2018년 기준 3조원) ▲추경 예산 편성 ▲내수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 인상 종합대책을 통해 완화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아르바이트생들과 고용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아르바이트 전문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 17~18일 전국 아르바이트생 5804명·고용주 352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르바이트생의 75.8%가 "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반면 고용주의 73.0%는 "불만"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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