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철 충북도의원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22년만의 홍수가 청주 일대에 발생해 2명이 산사태로 사망하고 실종자가 2명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컸습니다. …단월 강수욕장 등 고수부지는 이미 물 속으로 잠겼고, 팔봉수주길과 유주막길은 통행이 통제되었습니다. 유주막길을 진입로로 하는 창골마을도 그에 따라 고립되었네요. 비가 더 이상 안 오면 다행인데, 밤에 또 비 예보가 있어 저지대 주민들과 차량통행에 각별한 경계가 필요합니다."-1017.7.16

"충주댐 바로 위 종민동 상종 마을에서 건너편 동량면 화암리 쪽을 찍은 충주호의 오늘 모습입니다. 최악의 가뭄 끝에 예년 평균 최저 수위보다도 정확히 수위가 두 배나 더 빠졌군요. 담수율이 20%도 못 미칠 것 같습니다. 2~3일내 큰 비가 안 오면 용수 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 같은데 걱정입니다. "-1017.6.20

가뭄과 홍수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이 글은 물난리 외유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김학철 도의원이 홍수에 대한 우려의 글을 올린 주말 청주에는 300mm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22년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가옥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고 군인들까지 동원돼 복구에 구슬땀을 흐리고 있다. 

물난리 와중인 지난 18일 김학철 도의원을 비롯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과 공무원 일행 4명이 프랑스 이탈이아로 연수를 떠났다. 수해속의 외유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급기야 한국당과 민주당은 해외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의 조기귀국 종용과 이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김학철 도의원이 19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난여론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면서 국민을 설치류인 레밍(집단 자살 나그네쥐)에 비유하면서다. 

김 도의원은 방송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lemming)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면서 "만만한 게 지방의원이냐, 지방의원이 무소불위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처럼 그런 집단도 아닌데"라며 해외연수에 대한 비난 여론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내용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민중은 개, 돼지 발언 시즌2다", "즉각 (의원직을) 사퇴시켜라" 등 융단 폭격을 퍼부으며 좀처럼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그에 막말파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수차 구설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을 낳고 있다.

지난 3월 김학철 도의원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회, 언론, 법조계에 광견병들이 떠돌고 있다. 미친 개들은 사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미친개 사살' 발언으로 그는 도의회 윤리위에 회부됐으나 면제부를 받았다.

이외에도 이시종 충북지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이시종 저격수', 도청 공무원 '기피대상 1호 의원', 지난해 9월 노래방 주인에 막말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김학철 도의원이 발언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는 이날 잇따라 비판 성명을 내며 발끈했다. 충북경실련은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도민들을 팽개치고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도의원들이 지역주민의 아픔을 함께하고 구호작업을 진두지휘하지는 못할망정 외유성 연수를 떠나 실의에 빠진 주민을 우롱했다"고 지적했다.

가뭄과 홍수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 페이스북에 올리며 주민들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게 당부했던 김학철 도의원. 물난리를 뒤로 한 채 외유길에 올랐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국민을 '레밍'에 비유한 김학철 도의원. 두 모습 중 어느 쪽이 더 참된 모습일까? 

그의 말대로 연기하지 못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설치류에 비유한 그의 발언은 경솔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도 아닌 지방의원이 만만하냐는 그의 갑질적 발언은 국민을 우습게 앎직한 느낌마저 준다. 권력에 취한 부패는 그렇게 조금씩 냄새를 피워가면서 점점 암처럼 퍼지는 것이다.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도 하루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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