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저축은행 매각 손실 반영 영향 탓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KB금융이 호실적을 공시하며 금융지주 1위를 탈환한 가운데 자회사인 KB증권은 되려 적자전환을 공시했다. 현대저축은행 매각에 따른 일회성 손실이 대형악재로 작용한바 크지만 최근의 증시 랠리를 고려했을 때 실망스러운 실적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이번 실적이 윤경은-전병조 공동사장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 자회사인 KB증권이 2분기 적자전환을 공시했다. 지난 20일 KB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KB증권이 177억 3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 했다고 밝혔다. 

   
▲ 사진=KB증권


이번 적자는 매각 예정 자회사인 현대저축은행의 영업중단 여파가 컸다는 게 중론이다. 일회성 손실이 대거 반영되면서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KB증권은 현대저축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유진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한 가운데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장부가액 2580억원을 크게 하회했다.

KB증권 측은 “현대저축은행 관련 내용을 빼고 보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2분기 매출(영업수익)은 1조 2101억 94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1.69% 늘었다. 영업이익 또한 893억 7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전체를 놓고 보면 누적 당기순이익은 910억 8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53.79%나 늘었다. 주력 회사인 국민은행과의 시너지가 특히 효력을 발휘해 수탁수수료와 투자은행(IB) 수수료가 모두 증가했다. ‘내실’을 놓고 보면 나쁘지만은 않았던 실적이라는 항변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올해 1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합병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KB증권 실적이 너무 빨리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KB증권은 올해 1분기 첫 실적 발표에서 1088억원 순이익을 공시하면서 좋은 출발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사인 신한에 밀렸다는 인상을 준 것도 민감한 포인트다. 지주사끼리의 경쟁에서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추월하면서 ‘리딩뱅크’ 타이틀을 가져갔지만 자회사인 증권사끼리의 경쟁에서는 KB가 뒤쳐진 상태다.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누적 순이익은 938억원으로 KB증권을 약 30억원 앞선 상태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3위인 KB증권 입장에서는 6위권인 신한금투보다도 낮은 실적이라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랠리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호전되는 추세라 더욱 그렇다.

이번 실적이 윤경은-전병조 공동사장 체제로 운영 중인 KB증권의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현대증권 출신인 윤 사장과 KB투자증권 출신인 전 사장은 1년 임기를 보장받고 올해 초 공동사장에 취임했지만 내년엔 ‘원톱’ 체제로 리더십이 재정비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임기가 절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각된 ‘적자전환’ 실적은 아무리 일회성 사건 때문이라 해도 두 사람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윤 사장은 자산관리(WM)와 세일앤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을 담당하고 있고 전 사장은 투자금융(IB)과 홀세일(WS) 부문을 맡아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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