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던 검찰, 느닷없이 불구속 기소
200여 좌파단체도 KBS‧MBC 탈환에 온통 난리
   
▲ 조우석 언론인
점입가경이다. 고영주 MBC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민-형사상 고소 건이 급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고소인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양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 대 공영방송 MBC 방문진 이사장이라서 판이 더욱 커졌다. 대한민국 이념전쟁의 끝판왕이기도 해서 재판(민사)과 수사(형사)의 향배에 따라 이 나라의 명운이 바뀔 수도 있다.

세상이 알듯 4년 전 고 이사장이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적화는 시간문제였다", "나는 문재인을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는 발언을 한 게 도화선이다. 그건 비중있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검증의 일환이었다. 문재인 후보도 즉각 대응을 자중하는 듯 보였다.

그게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관망하던 그는 2년 전 고 이사장을 고소했다. 이어진 명예훼손 민사재판에서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은 "고 이사장은 문 전 대표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눈치 보던 검찰도 며칠 전 고 이사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필자의 소견은 자명하다.

이 나라 이념갈등의 끝판왕

반복하지만 고 이사장은 우리시대의 의인(義人)이 맞다. 비겁한 지식인 대다수가 체제수호에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이념의 방파제를 몸을 던져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칭송 대신 고영주 마녀사냥을 국회와 좌익언론이 앞장서 진행해왔다.

'고영주 사냥터'를 방불케 했던 현장이 지난해 9월 국회 미방위 MBC 국감이었다. 그날 야당의원들은 벌떼처럼 일어나 고영주를 "수구꼴통"이라고 공격했다. 우군(새누리당)의 엄호사격도 없이 나 홀로 당당하게 선방을 해야 했으니 그날의 승리자는 고영주였지만, 참혹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사회의 좌편향화가 위험수위를 넘었고, 이념지형 자체가 완전 거꾸로라서 좌익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물론 당시 야당의원들은 자신들의 실체가 좌익인 걸 잘 모르거나, 애써 부정한다.) 그런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니 검찰까지 나서서 고영주를 밟는다?

   
▲ 고영주 MBC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민-형사상 고소 건이 급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은 고영주 이사장이 지난해 10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나라의 이념전쟁이 드디어 어떤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불길한 느낌을 피할 수 없는데, 오늘의 포인트는 그것만이 아니다. 이념전쟁과 별도로 공영방송 MBC 문제도 중요하다. 검찰이 왜 지금 움직였을까를 물어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데 익숙한 그들이 무얼 노리는가. 현 정부가 공영방송 MBC를 접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 이사장 자리에서 날려 버린다는 시나리오다. 그럴 경우 MBC 탈환에 이어 덩치 큰 KBS까지 압박하려는 것이다. 저들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일까? 안타까운 건 법원과 검찰이다. 아무리 법원이 좌편향됐다지만 명백한 법리마저 무시할지는 미처 몰랐다.

정치인의 이념에 대한 공적인 문제제기는 넓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저들이 왜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보기에 영 딱하다. 남은 건 이제 여론재판, 정치재판으로 밀어붙이는 것뿐인가? 현직 대통령도 내쫓아낸 촛불 혁명이니 공영방송 이사장쯤이야 하고 저들은 판단할 것이다.

이미 좌익 시민단체 200여 곳은 지난 주말부터 KBS‧MBC 두 공영방송 압박에 돌입했으니 손발도 척척 맞는다. 매주 두 공영방송 앞에서 이른바 문화제나 토크콘서트 등을 연다는 게 저들의 구상이다. 칼자루를 쥔 그들은 이름도 거창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을 결성했다.

대한민국 적화 위험은 실제상황

김미화(코미디언)에서 문성근(시민의날개 대표),유홍준(전 문화재청장)에 이르는 멘토단의 이름도 가소로울 뿐이지만, 반미 시위 등에 단골로 등장했던 한국진보연대, 전교조, 카농 등을 망라했으니 가히 좌익 총동원령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주 국정과제 1호로 적폐청산을 들었고, 반 부패(2호)와 과거사 문제(3호)에 이어 네 번째의 과제로 언론 문제를 걸어놓았으니 비중도 가늠된다.

좌파정부 10년 내내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해온 과정을 국민과 시청자가 다 아는데 이번에 고영주를 끌어내리면 공영방송은 저들 세상이 된다. 그래서 걱정이다. 실은 방송도 방송이지만, 못지 않은 걱정은 대한민국의 앞날이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호(號)에 오르려는가?" 하고 국회에서 발언했지만, 4년 전 고 이사장의 적화(赤化) 경고를 다시 새겨보자.

"좌파 집권을 막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신 건 대한민국 적화를 막자는 게 가장 큰 이유였을 것입니다. 적화 위험이 기우가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제 경험담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문제의 발언을 했던 4년 전 그의 첫 인사말이 그러했다. 맞다. 2012년 대선 때 우린 한 차례 힘겹게 고비를 넘겼다. 고 이사장은 그걸 "국운이 따라준 것"이라며 안도했다. 그랬더니 박근혜 정부가 탄핵 음모에 걸려 무너졌고 이후 들어선 새 정부에 의해 사회주의적 프로그램이 국민적 환호와 지지 속에 펼쳐지고 있다. 그건 언론노조에 장악된 좌파 언론이 만들어내는 '조작된 여론'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조선 등 메이저 언론들은 "대통령의 일방독주 통치"를 걱정(7월 18일자 사설)하면서도 좌파 이념과 프로그램의 음험한 실체는 언급도 못한다. 대한민국, 여기까지인가? 국운도 이젠 끝났는가? 조금 전 지적처럼 이 나라의 이념전쟁이 드디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불길한 느낌은 나뿐인가?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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