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대기업, 전체 법인세수 80~90% 부담
"법인세 인상되면 경제 '악순환' 일어날 것"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에다 '법인세 인상' 부담까지 떠안은 재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정부 정책에 협력하겠다"고 할 뿐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세금폭탄' 대상이 된 대기업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 /사진=국세청 제공


A기업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법인세 인상은 '부의 재분배' 등 공공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기업이 번 돈을 직접 투자해 재분배 하는 것과 정부가 세금으로 분배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기업 관계자는 "세수 증대를 위해 대기업에 그 책임을 떠안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안 그래도 정규직 전환 압박과 각종 규제 때문에 힘든 상황인데 법인세 인상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조건적인 증세를 내세우기 보다는 기업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내수 진작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야 현 정부 최대 과제인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기업 관계자 역시 법인세 인상에 '난감함'을 드러냈다. 그는 "내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더 걷겠다고 나선 정부 정책에 서운함이 느껴진다"며 "추후 있을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이 허심탄회하게 오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D기업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이라는 것은 결국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을 줄인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신규 투자를 줄이거나 사람을 덜 뽑는 방법으로 벌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버는 돈은 일정한데 세금만 늘리는 지금의 '증세'로는 경제가 좋아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기업인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역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세금은 무엇보다 공평해야 한다"며 "공평하지 않으면 돈을 벌거나 돈을 모으는 행위에 '징벌'을 가하는 것이 되고, 돈을 벌지 않는 것이 선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고소득층에 부담된 '세금폭탄'으로 정부의 세수가 늘어나더라도 이는 공공부문만 쌀 찌우는 구조"라며 "정부의 예산지출을 통해 소득불평등이 개선된다는 발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세 인상은 결국 기업의 해외도피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진권 전 한국재정학회 회장도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 폭탄'은 부자들을 대상으로 '경제 처벌'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미 상위 1%의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약 80~90%를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대기업은 세금으로 우리 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 같은 '세금 격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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