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상승‧고용 확대…경영전략 대대적 개편 예고
‘지배구조개편’ 속도‧방향성 주시…강제보다 자율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재계가 분주하게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정부가 ‘사람 중심 지속성장 경제’를 공식화 하면서 기업들 역시 경영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는 ‘경제민주화’의 흐름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속도와 방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취임 후 세 번째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며 이낙연 국무총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임종석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25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불공정거래 관행·담합행위 근절 등이 기업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문으로 꼽히고 있다.

임금 시스템 개편 불가피

새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한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소상공인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법적대응 등의 수단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일 경우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기업마다 임금 구조가 다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제42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가해 “현행 최저임금법은 기본급과 월 고정수당만 인정하고 있다”며 “생계를 돕는 차원에서 보면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해야 취지에 맞는다”고 했다. 상여금, 각종 수당을 산정 기준에서 배제한 현행 최저임금제는 기업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간부문 고용확대 어디까지

정부가 이번 경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고용확대에 사실상 포커스를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을 늘린 기업에 최대 2년간 세액 공제를 추진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에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정부가 다시 한번 고용확대를 강조하면서 민간 기업들의 채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그룹사들은 하반기 채용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KT그룹이 하반기에 4000명으로 채용인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나머지 그룹사들 역시 채용 확대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중심 경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나몰라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채용 확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경영‧자금‧인력 계획 등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당초 하반기 채용 계획 보다는 (규모를)늘리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면서도 “정부의 바람처럼 인원을 무조건 뽑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 주변에서도 (채용)확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생 ‘우선’…지배구조은 개선 ‘과제’로

정부는 불공정거래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계획이다. 국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소기업단체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장치를 통해 대기업의 ‘갑질’을 막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이미 ‘상생’을 강조하며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한창이다. 주요 그룹사들은 협력자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자금과 기술 지원 대상을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며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앞으로도 대기업들의 협력사와의 상생 노력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가 새 정부 경제정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다. 

정부는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과세 강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제 강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 방지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추진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추진 △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확산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재계는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 방향성과 속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무조건식 밀어 붙이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행 기업 관련 규제가 선진국 수준인 만큼 제도 강화 보다는 시장의 자율성 확대가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제도 정비를 통한 시장의 감시 장치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과 자정 노력 등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상황을 더 지켜 본 뒤 정책 추진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기업들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라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경제정책 보다는 기업과 시장의 사정을 고려한 쌍방향 정책이 더욱 효과적이고,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