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국무총리실 산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향후 석달간 시민배심원단을 구성·운영하여 원전 건설 중단 여부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법적근거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신고리 공론화위는 김지형(59)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삼고 인문사회·갈등관리·통계·과학기술 등 4개 분야 2인씩 8명의 위원이 선임되어 24일 출범했다.

출범한 공론화위에 대해 비전문성과 법적대표성 문제는 물론이고 원자력안전법 등 현행법 개정 없이 원전 건설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법적지위'에 대해 지난달 17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라는 국무총리 훈령을 발령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론화위의 시민배심원단 구성 및 결정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훈령에 언급되어 있지 않아 향후 배심원단의 '중단 여부' 결정에 대한 법적지위나 근거규정이 없다고 보고 있다.

공론화위가 세울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이 기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를 번복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무총리 훈령에는 공론화위가 '공론화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한다'는 포괄적 규정만 나와있다.

원전 건설을 주관해온 한국수력원자력의 이관섭 사장은 이에 대해 "원전건설 영구중단은 이사회 소관이 아니고 국회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신고리 5·6호기를 영구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공론화위에서 결론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원전 건설 중단 전례가 없어 그간 원전 시공계약서에 관련 피해보상 부분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협력업체 및 신고리 5·6호기가 위치한 지역주민에 대한 피해보상도 공론화위의 고민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집행된 공사비는 1조6000억원이다. 건설업계는 신고리 원전 건설을 영구히 중단할 경우 보상비까지 합쳐 최소 2조6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24일 출범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신고리 원전 1,2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더 나아가 '정부에게 원전건설 중단을 결정할 법적 근거가 원천적으로 없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25일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법이 정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중단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법적 근거 없이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행정명령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현재 원자력안전법에는 원전의 일반적 위험성을 기초로 원자력 발전소를 중단시키거나 공사를 멈추도록 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그렇게 하려면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행정행위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행정법 체계를 흔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도 이날 "우리 법상 대통령에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권한을 준 바 없고 공론화위와 시민배심원단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도 않았다"며 "건설 정지를 위해서는 원자력안전법 17조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론화위는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10월21일까지 원전 건설 중단에 대한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독일은 공론화 방식으로 20년에 걸쳐 탈원전 정책을 결정했으나 공론화위에게 주어진 시간은 3개월이다.

자료검토와 전문가의견 청취, 선진사례 반영을 통해 '공론화 로드맵' 작성에 들어간 공론화위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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