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전 9회말 투아웃 이후 극적인 동점 투런포, 팀 역전승 견인
3할8푼4리 고타율로 타격랭킹 1위 굳건
[미디어펜=석명 기자] '작은 거인'이란 표현이 이렇게 어울리는 선수가 또 있을까. KIA 타이거즈의 만능 재주꾼 김선빈(28) 이야기다.

25일 KIA-SK 와이번스의 광주 경기를 다시 돌아보자. KIA는 SK와 난타전을 벌이며 9회초까지 8-10으로 뒤지고 있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나선 KIA는 1사 후 이범호가 SK 세번째 투수 김주한이 던진 공에 맞아 1루로 걸어나갔다.

당연히 SK 벤치가 움직였다. 김주한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마무리투수 박희수를 투입했다. 박희수는 대타 서동욱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2사 1루. 아웃카운트 하나면 더하면 경기는 끝이었고, 타석에는 김선빈이 들어섰다.

아무리 김선빈이 타율 1위를 달리는 강타자라고는 해도 큰 기대는 하기 힘들었다. 2점 차로 뒤지고 있어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김선빈은 홈런타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 KIA 김선빈이 25일 SK전에서 9회말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날려 또 한 번 '작은 거인'의 위용을 뽐냈다. /사진=KIA 타이거즈


그런데 김선빈이 놀라운 일을 해냈다. 박희수로부터 좌월 투런홈런을 뽑아낸 것. 순식간에 2-2 동점이 됐다. KIA 덕아웃과 홈 관중들은 환호했고, 박희수와 SK 덕아웃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선빈의 홈런포로 분위기를 확 바꾼 KIA는 연장 10회말 김주찬의 2루타와 버나디나의 희생번트 때 나온 송구실책(박희수)으로 끝내기 점수를 뽑아 극적인 11-10 승리를 거뒀다.

9번타자 김선빈이 만들어낸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투런포가 시즌 3호 홈런으로 홈런과는 거리가 있는 김선빈이 결정적인 순간 한 건 해주면서 팀 승리로 향하는 발판을 놓은 것이다.

KIA에게 이날 극적인 역전 끝내기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지난 주말 KIA는 롯데 자이언츠와 홈 3연전을 내리 패했다. 전반기 압도적인 1위를 달리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중 당한 충격적인 스윕패였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SK전에서 이어지는 듯했다. 2회말에만 6점을 뽑아 초반 크게 앞서던 KIA는 최정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추격을 당하더니 중반 역전까지 허용했다. 9회말 김선빈의 홈런이 터져나오지 않았다면 KIA는 그대로 8-10으로 패하며 연패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김선빈이 '난세의 영웅'으로 나선 셈이다. KIA는 극적인 승리로 연패를 끊었고, 이날 패한 2위 NC 다이노스와 승차를 5게임으로 벌리며 다시 선두 독주 체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김선빈의 올 시즌 활약은 놀람 그 자체다. 25일 현재 3할8푼4리의 고타율로 전체 타격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유격수 수비야 원래 알아주는 것이고, 매서운 방망이까지 장착한 김선빈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선빈은 중심타선에 포함되는 선수도 아니고, 주로 9번타자를 맡는다. KIA가 선두를 유지하는 여러 동력 중 김선빈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작지만 무서운 호랑이' 김선빈이 날개까지 단 듯 펄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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