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가시화 되고 있다. LIG투자증권에 이어 SK를 인수하는 케이프투자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위한 포석을 성공적으로 놓았다는 평가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 최고의 화제였던 SK증권의 새 주인은 케이프투자증권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25일 케이프투자증권은 “SK증권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히며 인수를 공식화 했다.

   
▲ 사진=케이프투자증권


이번 결정은 업계 안팎에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 부분은 있다. 케이프는 이미 작년에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력 측면에서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 게다가 SK증권은 케이프투자증권보다 몸집도 더 크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LIG 인수의 경험은 오히려 가점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인수·합병(M&A) 비즈니스에 경험이 많은 만큼 SK증권의 미래를 지켜줄 수도 있을 거라는 인상을 줬던 것.

인수 후보자들 중 유일하게 ‘증권사’라는 점도 의외의 가점요인이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바깥에서 보기에는 증권사가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SK’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케이프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봤다”면서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했던 호반건설이 인수전을 중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종업계 후보가 낫다는 평가가 더욱 부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케이프의 마지막 경쟁자였던 큐캐피탈의 경우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 노조의 반대가 상당히 거셌다는 점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후 재계 분위기가 일신되고 있는 상황이라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SK증권으로서는 구설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SK증권을 품에 안게 된 케이프투자증권은 한순간에 업계 최고의 화제를 독차지하게 됐다. 자기자본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초대형IB 진출을 위한 강력한 포석을 놓은 셈이 됐다.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SK증권의 자기자본은 4000억원, 케이프투자증권은 2000억원 수준이다. SK증권을 인수하면 케이프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00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조선업 불황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 중이던 선박 실린더 라이너 제조업체 케이프의 자회사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번 인수전 승리로 LIG투자증권에 SK증권까지 손에 넣은 명실상부한 제도권 증권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SK증권이 강점을 갖고 있는 프라이빗에쿼티(PE) 사업과 브로커리지 중심사업 역시 지속가능하게 됐다.

강성으로 평가 받는 SK증권 노조와의 관계 개선은 큰 과제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대한 노조의 반발은 큐캐피탈만큼 심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건 그만큼 케이프의 인수 가능성이 낮게 보였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이에 대해 케이프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기존 SK증권의 기업 문화를 존중하고 조직 안정을 최우선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SK증권) 인수 이후에도 충분한 시간동안 독립경영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