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와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블랙리스트 연루자들 모두 유죄로 판단됐다.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27일 실체를 두고 논쟁이 됐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우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무죄로,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되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김 전 실장 등 블랙리스트 관련 피고들은 박근혜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과거 야당인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던 일부 문화예술계에 문화예술위원회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월21일 구속됐다./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은 비서실장이나 장관 등 자신에게 주어진 막대한 권한을 남용했다"며 "배제 대상자를 선별하고 문체부에 하달한 것은 그 어떤 명목으로도 포용되지 않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이에 대한 보조금 운용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권한을 남용해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 "형법상 협박으로 볼 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결론내렸고, 김종덕 전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찍혔던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현 2차관)에게 사직을 강요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실장에 대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비서실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할 임무가 있으나 가장 정점에서 지원배제를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재판부는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작년 '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로 '블랙리스트' 연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1심 판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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