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해 각각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당은 ‘핀셋 증세’로 네이밍하고 “서민과 무관한 조세 형평성과 조세 정의적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이런 과세 행태가 자칫 우리 사회에 1대 99의 계층 갈등을 부추기는 세금 털기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고 프레임 싸움으로 맞섰다. 여당이 ‘슈퍼리치 증세’니 ‘명예과세’, ‘사랑과세’ 등 명칭을 붙이자 야당도 질세라 ‘징벌적 증세’, ‘세금폭탄’, ‘새발피 증세’ ‘눈 가리고 아웅 증세’ 등으로 맞불을 놨다. 

그런데 증세는 원래 여당의 악재인데도 야당이 오히려 네이밍 전쟁에서 밀리는 듯하다. ‘핀셋 증세’에 여론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지난 21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증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6%가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즉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증세라는 점에서 대부분 국민들은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초고소득층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증세와 그 외 세수의 자연 증가나 세출 구조조정만으로는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추가 증세 논의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야당이 네이밍한 ‘새발피 증세’, ‘눈 가리고 아웅 증세’가 바로 이런 주장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앞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증세만 놓고 보더라도 세수증가 효과는 약 3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 3조원만 겨우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야당의 반발 속에 더불어민주당은 “여야정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했으나 야당은 문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 앞에 솔직하게 재원 대책을 밝히기를 촉구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만간 중산층과 서민의 주머니까지 털 ‘중산층 털기’, ‘서민 울리기 증세’ 그 어떤 말도 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며, 정인화 국민의당 원내부대표는 “100대 국정과제와 이에 소요되는 187조원의 돈을 조달할 확실한 재원대책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바른정당은 증세에 앞서 전면적인 세제개편이 먼저라며 증세 논의는 그 이후에나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참석자들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만나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때마침 2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해 논란도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100대 국정과제에 총 178조원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증세 대상이 확대될 수밖에 없으므로 ‘군불 떼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세재정 브리프 최신호에 게재한 ‘임금소득 과세(Taxing wages) 2017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누진성’을 고소득층뿐 아니라 저소득층에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임금소득 수준에 따른 세금부담 누진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OECD 평균을 보면 소득이 평균의 50%에서 100%까지 2배 증가했을 때 조세격차는 약 5%에서 26%로 5배가량 커졌다.

다시 말해 소득이 평균보다 낮은 저소득층에서도 소득의 차이에 따라 세금을 부담하는 누진성이 더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저소득층은 소득이 2배(50%→100%)로 커졌을 때 조세격차는 약 17%에서 20%로 약 1.2배 커졌을 뿐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반적인 세 부담 누진성은 상대적으로 약했고 특히 저소득 구간에서 OECD평균과 큰 차이를 보였다”며 “자녀를 포함한 부양가족에 따른 세제혜택도 OECD 평균보다 매우 약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임금소득 과세현황을 고려할 때 저소득 구간에서의 누진성을 강화하고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득수준에 따른 세 부담 누진성을 고소득 구간에만 한정해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소수의 고소득층에만 적용하는 세율체계 개편만으로는 세수 증대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동시에 “부양가족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세 인상론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각을 포함해 정치권에서도 부동산세제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7일 당정협의를 열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세법개정안을 논의했다. 당정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 중산층 세 부담을 완화를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날 민주당은 추가적인 최고세율 구간 신설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고, 정부는 당의 입장을 공감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나온 여당의 의견을 수렴해 내달 2일 세법 개정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세법 개정안은 다음 달 중순 무렵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핀셋 증세’가 결국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야당의 우려에 대해 최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나치게 침소봉대한 기우”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야3당은 현실적인 근거를 대면서 “100대 국정과제 재원대책부터 제시하라”거나 “세제 개편이 우선”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국회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