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피자·야구 등 각양각색 주제로 대화
소비심리·철강수출 등 기업현안 논의하기도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재계 총수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공식회동에서 새 정부가 강조한 일자리 창출과 2~3차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호프타임 간담회가 27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열렸다. 당초 예상했던 '딱딱한 대화'나 '토론'이 아닌 각자 주 분야인 자동차나 야구, 신재생에너지, 철강 등 '맞춤형 소재'에 대해 자유롭게 환담을 나눴다. 

20여분 동안은 맥주를 마시며 가벼운 주제로 시작해 대화 말미에는 기업별 당면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수제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부회장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8명의 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 정의선 부회장 "협력업체 정부 지원 필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사드의 영향으로 중국에서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중국 사드 보복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기술 개발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문 대통령의 "중국 사업의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물음에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회를 살려서 다시 기술 개발해서 도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올림픽 관련 이야기도 나눴다. 문 대통령이 "양궁협회장을 오랫동안 해오셨죠.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을 땄는데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느냐"고 하자, 정 부회장은 "남녀 혼성 메달이 하나 더 늘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구본준 부회장 "중소기업과 해외 공동 진출"  

구본준 LG 그룹 부회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이날 "LCD 국산 장비 개발을 위해 중소장비업체 등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해외 진출을 할 때 중소장비업체와 공동 진출해 상생 협력을 하는데 힘쓰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LG디스플레이에서 100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했고 이중 50%는 2~3차 협력업체를 직접 지원할 예정"이라며 "LG가 1차 협력업체와의 계약시 2~3차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를 담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구 부회장의 '피자 CEO'라는 별칭에 대해서도 환담이 오고갔다. 문 대통령이 구 부회장에게 대뜸 "피자 CEO라는 별명이 있지 않으냐"고 물으면서부터다.

피자CEO는 구 부회장이 소통 강화를 위해 2011∼2014년 직원들에게 피자를 선물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피자 케이스에 격려 메시지를 남기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로 배달해 이 기간 피자를 받은 LG전자 직원은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전 세계 법인에 피자를 보냈는데 그 마을에 있는 피자가 다 동난다. 공장 같은 데는 몇천 명이 있으니 이틀 전부터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원 단합과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며 "우리도 피자 한 번 돌리자"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이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어느 부서인지만 찍어주시면 돌리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전(全) 공장"이라고 하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 포스코·두산·한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권 회장은 "2차 전지 음극재 등의 사업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도 "태양광 사업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고 비정규직 85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상 왼쪽에서 두번째)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손길승 CJ제일제당 회장(맨 오른쪽) 등 기업인들과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한편 이날 회동은 각 기업별로 당면 현안에 대한 애로사항과 고민 등을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계기로 작용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철강의 대미 수출과 관련한 우려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이 먼저 "요즘 미국 철강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묻자, 권 회장은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권 회장은 "미국에 130만t 정도 보내는데 직접 수출하는 것과 2차 가공해 가는 것이 거의 비슷한 양이다. 2차 가공해서 가는 것은 수출 덤핑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도 그렇고 총리님도 마찬가지고 부총리님도 그렇다"고 했다.

◇ 금춘수 부회장 "태양광 산업 규제 완화를"

한화 금춘수 부회장은 문 대통령의 국내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여건을 묻는 질문에 "5%가 안 되는데 앞으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자연 요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닌지"라고 염려하자 금 부회장은 "입지 조건을 조금 완화시켜 주시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 부회장은 또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던데"라는 발언에 "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도 그렇고 총리님도 마찬가지고 부총리님도 그렇다"고 했다.

◇ 정용진 부회장 "소비심리 나아져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경기회복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을 주제로 문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이 "신세계 대표님, 요즘 어떠신가"라고 묻자, 정 부회장은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매출이 살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소비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경기동향을 보니 소비심리가 많이 살아난다고 한다"고 하자, 정 부회장은 "연초에는 경영계획을 긴축으로 잡았는데 연초 계획보다 훨씬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 '오뚜기는 정부 모델기업' 칭찬 일색

이날 특별 초대된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정부의 모델기업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문 대통령은 함 회장을 보자마자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god)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마도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칭찬에 함 회장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업도 국민 성원, 그것이 가장 큰 힘이니까 앞으로 잘 발전할 수 있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고, 함 회장은 "더욱 열심히 하겠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8명의 기업인들은 비공개 간담회를 마치고 난 후 식사로 비빔밥을 먹고 해산했다. 

이날 회동에 제공된 맥주와 안주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취지에 걸맞게 소상공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 맥주를 선택했고,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채소·소고기·치즈류를 안주로 내놨다.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참석한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