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기업인 15명과 이틀에 걸쳐 청와대에서 갖는 ‘호프미팅’ 첫날인 27일 상춘재 앞뜰에서 진행된 상견례는 훈훈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은 상춘재를 바라보고 오른편에 설치된 맥주대에서 직접 생맥주를 따르는 자연스러운 모습도 연출했다. 

이날 오후6시 행사 시작 시간이 되자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잔디밭을 지나 걸어 들어오자마자 곧장 맥주대로 가서 능숙하게 맥주 한잔을 다 채웠다. 이를 지켜보던 임 비서실장은 “오~오”라며 “금방 숙달하십니다”라고 칭찬했다. 

옆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이 “제가 잘 못합니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장 실장을 바라보며 “몸으로 하시는 건 잘 못하십니다”라고 조크해 시작부터 행사장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어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 임 실장과 장 실장이 컵마다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맥주가 담긴 컵을 테이블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 
 
참모진들은 시종일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특히 김 위원장이 임 실장에게 “원래 이런 건 장관이 아니라 비서가 하는거야”라고 농을 건네자 임 실장은 김 위원장에게 “배달이나 잘 해 주세요. 공정하게 잘 해주세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테이블로 직접 맥주를 들고 가고 동시에 이날 요리를 준비한 임지호 셰프가 테이블 오가며 세팅을 하면서 행사는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첫 건배사에 앞서 “역대 정부마다 경제인들을 초청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해온 것은 경제 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일환으로 하는 노력”이라면서 “과거에 한꺼번에 많은 분들을 만난 자리는 좀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오늘은)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고 이번 호프미팅의 취지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저는 경제인들과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 마련했는데 바쁜 시간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며 “다들 건강하십시요”라는 말로 건배사를 갈음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참석한 기업인들 한사람 한사람과 대화하며 해당 기업과 업계 현황을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는 “양궁협회 회장 오랫동안 해오셨죠.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습니까”라고 했으며, 정 부회장은 “메달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남녀혼성이”라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 다시 정 부회장에게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떻습니까”라고 했고,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회를 살려서 다시 기술 개발해서 도약하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게는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던데요”라고 했고, 금 부회장은 “고전을 해오다가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힘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 또 “우리 한국이 태양광 여건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금 부회장은 “5%가 안됩니다. 앞으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다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자연 조건이 안 되는 건 아니죠”라고 했고, 금 부회장은 “입지 조건을 좀 완화시켜 주시면...”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손경식 CJ 회장을 바라보며 “손 회장님은 지난번 미국도 동행해주셨는데, 정말 정정하시게 현역에서 거의 종횡무진 활약하고 계셔서 아주 보기도 좋으시고, 오늘 내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도 가장 어른이시거든요. 경제계에서도 맏형 역할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또 권오중 포스코 회장에게는 “요즘 미국에 철강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했고, 권 회장은 “저희들은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 거 포기했고,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는 “함 회장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하자 임 실장이 “너무 부담스러우시겠어요”라고 했고, 함 회장도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라고 반응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도 그렇고 상속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공헌도 그렇고 아마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란 말을 만들어낸거죠.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을 이어갔고, 함 회장은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라면서 “더욱 열심히 하곘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문 대통령은 구본준 LG 부회장에게는 “우리는 다른 부분은 몰라도 배터리만큼은 세계적 경쟁력 있지 않나요”라고 했으며, 그러자 구 부회장은 “중국이 배터리산업을 키우려고 한국 업체를 못 들어오게 한다고 명문화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회장도 “베트남도 (중국으로부터) 그런 압력을 받는 모양이더라”라고 했으며, 대통령은 “이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권 부회장은 “배터리는 LG와 삼성이 만들지만 거기 들어가는 양음극재를 우리가 만든다”며 “새로 사업을 시작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도 그동안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약간 수소차 쪽에 비중을 뒀다. 전기차에도 집중하면 빠르게 배터리 기술을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슬슬 호프미팅 마감시간이 되자 문 대통령은 “건배는 누가 합니까”라고 물었고, 임 실장이 “대통령이 하셔야죠”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기업이 잘되어야 경제가 잘 됩니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건배하자 일동이 “위하여”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이날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국내에서 중소기업이 생산하고 처음으로 사업화한 수제맥주 ‘세븐브로이’를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세븐브로이맥주 주식회사는 전체 임직원 총 34명을 정규직 채용한 기업이기도 하다. 

세븐브로이 맥주 ‘강서 마일드 에일’이 향기로운 행복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를 가지고 선정됐다면 이날 안주는 임지호 요리사가 만든 무를 이용한 카나페(해독작용을 하는 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오랜 갈등과 폐단을 씻어낸다는 의미),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한입 요리(끝까지 기운을 잃지 않고 한 뜻으로 가자는 의미), 시금치와 치즈를 이용한 안주(서로 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듯이 화합하자는 의미)가 테이블에 올랐다.

상춘재 실내에서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미역, 조개, 낙지를 이용한 비빔밥을 식사로 들었는데 이 역시 각각의 다른 재료들이 모두 살아있는 비빔밥의 맛처럼 서로의 차이를 무조건 한데 섞는 것이 아니라 각자를 존중하며 하나를 이루어 내는 공존의 미학과 미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두 사전에 결정된 드레스 코드대로 노타이 정장 차림에 검정색 구두를 신어 통일감을 줬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탁현민 행정관이 곳곳을 돌면서 진행 상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테이블 위에는 접시 따로 없이 청와대 정원에서 꺾은 나뭇가지 위에 한입 크기의 안주들이 세팅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8명 기업인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당초 정몽구 회장이 참석하기로 했지만 정의선 부회장으로 변경된 것이다. 간담회가 스탠딩 호프미팅이라 1938년생 고령인 정몽구 회장이 소화하기 무리란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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