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8 인기로 소형전지 실적 이끌어
배터리 적자폭 줄어 3분기도 호조세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으로 홍역을 겪었던 삼성SDI가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I의 이번 흑자전환은 올 초 ‘배터리 구원투수’로 영입된 전영현 삼성SDI 대표 취임 넉달만의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 전영현 삼성SDI 사장
지난 27일 삼성SDI는 2분기 매출 1조4543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1억원(10.4%) 늘었다. 영업이익은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I 배터리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 친 갤럭시S8에 들어간다. 

우선, 전지사업 부문은 유럽 자동차 브랜드 신규모델 주문이 확대되며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삼성SDI는 BMW·폭스바겐 등에 자동차 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소형전지사업은 폴리머(스마트폰 배터리)와 원형전지 판매 확대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크게 올라 실적에 보탬이 됐다.

전력저장장치(ESS)사업도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삼성SDI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중대형 배터리 시장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2018년에는 해당 부문 매출이 40~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그동안의 악재를 털고 다시 날아오르는 분위기다. 지난 2015년 4분기 808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구조조정(2016년 1분기), 갤노트7 발화(2016년 3분기), 중국 톈진 공장 화재(2017년 1분기) 등 각종 리스크에 하락하던 실적이 7분기만에 반등했다.

삼성SDI의 이번 흑자전환은 전 사장의 취임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실적 부진을 이어가며 위기를 거듭하던 삼성SDI의 ‘배터리 부문 구원투수’로 영입된 전 사장의 경영능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 사장은 그 동안 삼성전자에서 D램개발실장, 메모리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거친 메모리개발 전문가로 초격차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헝가리 괴드시 삼성SDI 전기차배터리 공장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배터리 소재를 설명하고 있는모습 /사진=삼성SDI 제공
 

실제 그는 삼성SDI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 3~4월부터 국내외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말 헝가리 괴드에 연 5만대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완공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차세대 소재 개발과 제조 설비 생산성 혁신과 같은 R&D(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전 사장 취임 후 삼성SDI 안팎에서는 그동안 갤럭시노트7 때문에 움츠러든 기업내 분위기도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SDI는 3분기 이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삼성SDI에 따르면 하반기 주행거리가 향상된 EV 신규 모델들이 전기차 시장에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유럽 고객 중심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된다.

또 소형전지는 갤럭시노트8 등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와 전동공구·전기자전거 등의 시장 확대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게 삼성SDI의 분석이다. 

흑자구조를 이뤄낸 전 사장의 남은 과제로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꼽는다. 소형 전지사업이 적자 탈출을 견인한 가운데 하반기 중대형 전지 사업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둬야 안정적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근 준공된 헝가리공장을 포함, 늘어날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충족할 생산능력을 갖췄다”면서 “대형배터리 실적을 매분기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 가격 폭등에 대한 대비책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소형전지, ESS와 달리 자동차의 경우 장기 계약이어서 원자재 변동을 판가에 연동이 힘들다”며 “원자재를 판가에 반영하는 방식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