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후보자 문제의 발언 직후 '촛불 민주주의' 역공 조짐
   
▲ 조우석 언론인
광우병 망령이 온전히 물러간 게 아니었다. 9년 전 한국사회를 마비시켰던 그 집단광기가 우리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가 다시 출몰했다. 그걸 확인시켜준 건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였는데, 직후 그에 대한 옹호를 넘어 일부 의학계-좌파언론의 공조 속에 "광우병 문제제기 자체에 문제없었다"는 적반하장의 논리로 재탄생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사회는 왜 과거의 명백한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게 없는가? 재출몰한 광우병 망령은 어디까지 세를 불릴까? 그런 질문을 안 던질 수가 없는 상황인데, 우선 이 후보자가 10일 전 인사청문회 발언이 시발점이다. 그는 광우병 보도에 대해 "완전히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정당하다"고 말해 우릴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건 균형감각 잃은 사람의 엉뚱한 소신이 아니었다. 이효성이 쏘아올린 공은 이내 MBC로 넘어갔다. 이효성 발언을 뉴스데스크에서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인데, 거기까진 문제될 게 없었다. 예전 좌파의 나팔수에서 환골탈태한 애국방송의 모습은 시청자 눈엔 신선했다. 그건 보도 일주일 전에 나왔던 보도본부 성명서 입장과도 일치한다.

"촛불의 위대함 인정하라" 으름장

즉 "MBC를 정치선동의 도구로 삼은 김대업 보도나, 광우병 보도처럼 국민을 속이는 방송은 안된다"는 게 현 보도본부의 태도이자, 김장겸 체제 아래 MBC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효성 비판은 "자해(自害)보도"라는 반발과 함께 'PD수첩' 팀장이 보직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MBC PD협회장도 그 입장에 동조하면서 일이 커졌다.

정권 교체기 한 언론사의 사내 갈등은 다시 밖으로 번졌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 이른바 광우병 전문가들이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5번째 광우병 소의 위험성을 알리는 토론회(26일)를 통해 논쟁을 위한 불쏘시개를 던진 것이 계기다. 

이걸 증폭시키는 건 언제나 그렇듯 좌익언론의 몫인데, '미디어 오늘', 'PD저널' 등이 총출동했다. 한겨레의 경우 'PD수첩'을  "방송민주화의 최전선"이라고 격려(27일자 보도)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궁금하다. 저들은 왜 저렇게 저들은 뻔뻔한가.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빌미로 대규모 정치 소요사태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땅에서 만들었다면, 왜 반성을 하지 않을까?

   
▲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광우병 보도에 대해 "완전히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정당하다"고 말해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정통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촛불 민주주의 앞에 광우병 세력은 정치적 자신감까지 붙은 모양새라서 간단치 않은 모양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저들은 비과학적 증거를 들어 흑색선전을 마다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과오를 인정하거나 최소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그럼에도 요즘 저들이 퍼트리는 대응논리는 적반하장의 끝판왕이다.

지금 한국인이 안전한 30개월 미만의 미국 쇠고기를 먹는 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막아낸 촛불의 위대함 때문이며, 따라서 당시 광우병 시위는 국민건강에 유익했다는 식이다. 일부 과격파는 지금도 미국 쇠고기 수입 중단을 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때문에 저들은 '광우병 괴담'이란 말 자체가 보수세력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그건 6년 전 대법원이 내린 엉거주춤한 판결 탓도 크다. 당시 재판부는 조능희 등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보도내용 중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게 사실이지만, 국민 먹을거리와 관련된 정부정책과 관련해 여론 형성에 이바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건 언론의 공공성을 너무 넓게 잡은 판결에 불과했다. 정치사회적 파장이 엄청났던 사안을 법조문이나 외우는 '법률 꽁생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계 역시 분명하다. 그건 광우뻥에 대한 국민정서와도 맞지 않는데, 그 점에서 지난 3월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과 다를 게 없다. 즉 '법원 발(發) 국가위기'의 연속이다.

홍위병식 사회풍토는 우리 체질?

어쨌거나 광우병 세력은 여전히 살아있고, 과도하게 정의감에 몰입한 탓에  자신의 실책을 인정 못한다는 차제에 재확인됐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정통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촛불 민주주의 앞에 광우병 세력은 정치적 자신감까지 붙은 모양새라서 간단치 않은 모양새다.

그리고 이미 20년 가까운 노하우도 자랑한다. 2002년 효순-미선양 사고 때 대규모 반미 촛불시위를 개시했으니 올해로 16년째다. 그때 들었던 촛불을 2008년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다시 들고 나와 당시 막 등장했던 이명박 정부를 삽시간에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건 2012년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투쟁이었다. 이 땅에 보수 정권이 탄생한 걸 저들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들의 뜻과 달리 잇달아 박근혜 보수정부가 등장하자 저들은 세월호 때 무력시위를 한 차례 해보인 뒤 끝내 탄핵 카드까지 뽑아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촛불은 제도화된 의회 민주주의와 달리 우중(愚衆)의 광장 민주주의인데 그게 저들에겐 상징이자, 실제 권력이다. 

광우병이나 세월호 그리고 효순 미선양 등은 단지 계기의 하나일 뿐이라서 좌파세력이 칼을 뽑는 명분을 제공해준다. 때문에 보수가 집권했을 때는 뒷다리를 잡는 용도로, 좌파가 집권했을 때는 홍위병식 사회풍토를 만들어낸다.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탄핵과 함께 이 땅에 촛불 민주주의는 완성됐다. 정치적 실체로서 완성됐고, 사회적 체질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의문은 그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한국적 광장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혹시 그것의 본질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하는 좌파의 체제변혁-민중혁명은 아닐까? 그래서 두렵다. 다시 출몰한 광우병 망령이 우리를 거듭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