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현재까지 다문화 이혼은 매년 1만 건 이상 발생
비자 연장 등 제도 보완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수적
'다문화'라는 말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됐습니다. 현재 수백만 외국인들이 한반도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3D 업종 노동력 부족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문화를 통한 인구 유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디어펜은 다문화 시대를 맞아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다문화와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MP기획'동행'-다문화⑧]이혼에 무너지는 다문화 가정…대책은?

[미디어펜=홍샛별 기자]#필리핀 출신인 30대 여성 A씨는 6년 전 지금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왔다. 스무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 남편과 살며 평소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었다. 그때마다 남편은 욕을 하거나 A씨를 때렸다. 또 싸울 때마다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시집 식구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폭언을 해 대며 '필리핀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시어머니가 남편 옷가지를 모두 챙겨 남편을 데려갔고 "데려온 돈 값도 못 한다"며 A씨를 모욕했다. 세살 난 아이가 있는 A씨는 참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은 힘이 들어 못 하겠다는 생각에 가정법률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다문화가정은 이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문화 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에 이르는 경우 또한 늘어나고 있다. 

   
▲ 올 초 강원의 한 설맞이 행사에서 예쁜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다문화 가족의 주부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건수는 총 7665건이었다. 국내 총 이혼건수(10만7328건)의 약 7.1% 수준이다.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건수의 73%(5610건)는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 사이에서 일어났다. 지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다문화 이혼은 매년 1만여 건씩 발생하고 있다. 

전문 기관을 찾아 이혼 관련 상담을 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진행된 다문화가정 이혼상담 건수는 1478건으로 확인됐다. 아내가 외국인인 경우가 955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남편이 외국인이 경우는 523건이었다. 

외국인 이혼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의 이혼 상담 사유를 분석해 본 결과, 둘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외국인 아내의 주된 이혼 상담 사유는 '남편의 폭력'과 '가출'이었다. 한국인 남편의 경우 '아내의 가출'이나 '외도'를 호소했다. 

다만 양측 모두 문제점으로 꼽은 이혼 상담 사유로는 장기 별거·성격차이·불성실한 생활·경제갈등·무시·모욕 등을 포함하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꼽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아내들이 남편의 폭력을 이혼사유로 제시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인 남편들이 외국인 아내의 일방적 희생과 순종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렇기에 외국인 아내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폭력도 서슴지 않고 행사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얘기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최근 다문화 가족이 늘어나면서 자국어 상담 등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정책들은 결혼 이주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주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대표적 정책으로 '비자 연장'을 꼽았다. 이주 여성이 결혼하면 체류 기간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심한 경우 남편이 이를 권력 삼아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면서 "비자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부부의 안정적 결혼 생활이 어려워지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아내의 경우 한국생활의 주도권이 남편에게 있다고 여김으로써 불평등한 관계를 이어 나가게 되고, 결국 결혼 생활에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진다. 남편의 경우에도 아내의 결혼 '목적이나 의도'에 의구심을 품게될 수도 있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다문화 이혼율 감소를 위해서는 제도 보완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 및 개개인의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로의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그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뒷받침 됐을 때 비로서 이상적 다문화 가족이 형성되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 보다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