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늦은 밤 구조대가 선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생존자 수색이 활기를 띌 것이라는 희망도 잠시, 비보가 전해지며 실종자 가족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고 있다.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선수지점에서 잇따라 인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기적을 기대하던 실종자 가족들은 비보에 너나할 것 없이 장탄식을 내질렀다.

선착장 인근 천막에 설치된 사고 현황판에는 이날까지 확인된 36명의 사망자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생존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름 옆에는 '목포 K병원', '서울 목동 H병원', '인천 K병원' 등 시신이 안치된 병원명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학생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5일 동안의 피로가 쌓인 눈을 손등으로 부비고 현황판 귀퉁이에 적힌 시신의 인상착의를 꼼꼼하게 살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피붙이의 옷차림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도하는 가족들은 없었다.

이날 발견된 시신 3구 중 2구는 맨발인 채였다. 모두 안산고 학생으로 추정됐다. 실종자 가족들이 물러난 뒤 자원봉사자들은 "어린 것이 얼마나 추웠을까"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20일 새벽 1시께 자원봉사단체에서 나눠준 노란색 점퍼를 입은 중년 남성이 선착장 옆에 깔아놓은 스티로폼에 앉아 줄담배를 피웠다.

중년 남성은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2시간여를 망부석처럼 그 자리를 지키며 담배를 피웠다. 혹여 있을지도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선착장 주변에 배치된 의경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를 지켜봤다.

오전 1시30분께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점퍼가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울먹이며 상황실 쪽으로 달려왔다.

오전 1시55분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우리 아들, 우리 아들"이라고 외치며 이번에는 상황실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시신을 내리는 행정선부두쪽이었다.

50m 쯤 달리던 그녀가 앞으로 넘어졌다. 근처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이 쓰러진 어머니를 부축하며 너나할 것 없이 "119"를 외쳤다. 여성을 실은 구급차가 황급히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중년 여성 두명은 서로 부둥켜 안고 "우리 딸은 어떻게"라며 눈물을 쏟았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삼삼오오 모여 이날까지 여전히 잘못 집계된 사고현황으로 자신들을 극도의 혼돈 속에 몰아넣은 정부를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팽목항 임시숙소와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머물던 실종자 가족 중 300여명은 사고 초기부터 계속된 정부의 미숙한 대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항의하겠다며 상경길에 나섰지만 동이 틀 무렵까지 경찰병력에 막혀 진도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 여객선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0여명과 교사 10여명, 승무원과 일반 승객 등 476명이 탑승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15일 오후 9시께 인천항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 이튿날 낮 12시께 제주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한편 세월호 침몰로 이날까지 탑승객 476명 중 174명이 구조됐으며 36명이 사망하고 266명이 실종된 상태다. 해경과 해군 등은 사고 해역에서 세월호 선체 진입을 시도하며 구조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생존자 찾는 것도 중요하고 청와대 방문해서 강력히 요구해야 할 듯"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생존자 분명이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