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재난 사고로 치닫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재난관리와 위기대응 능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일 체육관 바닥에서 밤을 지샌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갈팡질팡한 행보와 무기력한 대응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거리로 나섰다.

또 해외언론은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인재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생존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실종자 가족들은 20일 새벽 1시30분께 쌀쌀한 날씨속에 비를 맞아가며 거리로 나섰다. 200∼300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 "우리 아이를 살려 달라"며 체육관을 박차고 나왔다.

"해양경찰청장은 더 이상 못하겠다며 손을 들었다. 정부종합상황실 책임자는 전화 연결이 안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하나 밖에 없다"며 서울로 향했다.

곧바로 경찰의 인간띠에 가로막히자 "왜 우리를 막아서냐", "정부가 그토록 강조한 '안전'이 국민을 가로막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몸싸움 끝에 일부는 진도대교, 일부는 체육관 인근 도로로 분산됐고 막아선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갔다.

사고 초기 "(학생) 전원 구조"라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도 모자라 허술한 여객선 입출항 관리로 탑승자 명단이 무려 8차례나 바뀌고, 정부 부처 간 자중지란, 수색작업과 크레인 동원 과정에서의 묵묵부답, 더디기만 한 수색에 대한 누적된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한 학부모는 "크레인 전문가가 왜 오지 않느냐고 따졌더니 정부 측은 '전달 과정의 실수로 전문가가 아닌 엉뚱한 사람 4명이 왔다'더라"며 어린 학생들의 목숨이 분초을 다투는데 실수 운운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홍원 국무총리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경찰청 최고위 관계자 등이 대화에 나섰으나 가족들의 분노는 쉬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죄인된 심정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총리의 약속도 이미 쌓일 대로 쌓인 불신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분노한 가족들은 총리 차량을 2시간 넘게 막아섰고, 서울로 향하던 가족들도 수차례 경찰과 대치했다.

해외 언론도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인재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미국 CNN은 "사고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났지만 정확한 원인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선장과 선원들은 사고 당시 제자리를 지키지 않았고,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선실 안에서 자리를 지키라'는 안내방송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는 "배에서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했고, 구명정 44개가 거의 사용되지 못했다"며 "생존 희망이 사라지면서 인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고 있으며, 세월호 침몰사고가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ABC방송은 가장 먼저 배에서 떠난 선장의 행동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건과 비교하며 "국제해사기구(IMO)는 선장이 가라앉는 배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선장은) 배와 승객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지 포브스는 "선장의 제1 책무는 제일 먼저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제일 먼저 배에서 탈출한 것은 터무니없는 행동"이라며 "이번 참사는 한국 기업 총수들의 비겁한 리더십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총체적 불신을 자초한 정부와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선사, 무기력한 국가위기 관리능력이 한꺼번에 버무려지면서 국가 위신은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한편 세월호 선내에서 3명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침몰 사고로 인한 20일 오전 6시 현재 사망자는 36명, 실종자는 266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경기도 안산에서는 단원고 희생자 중 학생 4명과 교사 2명에 대한 발인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실종 가족들 청와대 가는 차편 정부는 마련해 달라" "청와대 진입 막지 마라 대통령은 하나하나 부모의 마음을 읽어야 할 듯" "청와대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현장 상황이 더 중요할 듯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