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적체·출신별 처우 달라 이직 러시
대형항공사 부기장 수급난 "속수무책"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오랜 기간 부기장으로 일하는 것보다 처우가 좋은 저비용항공사 기장으로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대형항공사에서 7년 동안 부기장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의 러브콜을 받아 이직을 결정했다. 기장 승격 자격요건을 갖췄음에도 좀처럼 승진이 되지 않자 더욱 좋은 조건을 제안한 LCC로 눈을 돌린 것이다.

대형항공사들이 최근 조종사 이탈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반면 LCC는 대형항공사에서 이직한 조종사 비중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조종사들의 잇따른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 이탈 대상은 부기장급이다. 

최근 부기장급들이 LCC로 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장 승급이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에 비교해 LCC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조종사들의 잇따른 이탈로 곯머리를 앓고있는 반면 LCC는 오히려 조종사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각사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6월말 기준 약 2700명의 조종사 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기장은 1430여명, 부기장은 1240여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조종사 1200여명 중 기장은 71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조종사 퇴직률은 지난 2015년 145명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60여명으로 늘어났고,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79명이 퇴사했고 올 들어 9명이 회사를 떠났다. 

반면 LCC업체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7월 350명이었던 조종사 수가 올해 7월 말 현재 430여명으로 약 80명이 늘어났다. 이들 중에는 대형항공사에서 이직한 조종사들도 포함됐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올해 조종사수가 지난해 대비 10%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항공사 조종사들이 LCC로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사적체로 기장 승격이 더 오래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대형항공사 부기장의 경우 5년 이상이면 기장 승격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지만 승격대상에서 밀려 최소 7년, 최장 10년 이상 부기장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기장으로 승진까지 7~9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되는 결과다.

조종사들의 출신별 근무 환경이나 조건 등에 차이가 많은 점도 이직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하는 조종사(기장)의 과반수는 군 출신이다. 

LCC 한 관계자는 “최근 항공대 등 민간출신이 많아지고 있지만 주류인 군출신 조종사들과 차별이 심화되면서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저비용항공사 기장의 월급은 세후 1000만원 수준으로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 기장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기장 승급이 비교적 수월한 LCC로 이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해외 항공사들이 파격적 연봉을 제시하며 조종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이 제시하는 조종사 연봉(기장 기준)은 적게는 21만달러(약 2억5000만원), 많게는 30만달러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다년간 노하우를 쌓은 기장에 이어 부기장까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면서 조종사 이탈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항공사들은 잇단 조종사 이탈에도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본인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로 인력 유출 방지 대책은 세워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자 연봉 및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승진 부담이 적은 LCC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고참 부기장 중에는 ‘선임’ 자격을 부여해 연봉을 조금 더 높게 책정해주고 있긴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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