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죽음 부르는 데이트 폭력이 갈수록 흉포화 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지난해 1월 12일 PD수첩, 4월 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집중 조명되면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웠다. 

데이트 폭력은 더 이상 사랑싸움이 아니다. 성폭행, 성희롱, 협박,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 사회적 매장, 스토킹 등 형태도 다양해지고 수법도 악랄해 지고 있다. 살해 후 암매장, 승용차 위협, 휘발유 뿌리기, 염산 테러, 감금 등 날로 흉포화 되고 있으며 때로는 완전 범죄로 위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PD 수첩에서 소개된 인천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데이트 폭력은 중독인 것 같다"며 "담배 피듯이 술 먹듯이. 담배도 마찬가지로 처음 시작 안하면 평생 안 필 수 있는데, 폭력도 한번 안하면 계속 안할 수 있는데 한번하기 시작하면 중독이 되는 것 같아요."라며 고통스러웠던 날들을 고백했다.

   
▲ 죽음 부르는 데이트 폭력이 갈수록 흉포화 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은 사례는 숱하다. 2015년 1월 포항의 한 상점 앞에서 전 여자 친구의 승용차를 3-4회 들이받은 40대 남성. 같은 달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별을 통보한 동거녀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살해를 시도했다.

여자 친구를 상습폭행하다 끝내 살해 후 시멘트 암매장한 후 8개월 만에 자수한 남자친구, 인천 한 원룸 가에서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여자 친구의 집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이면서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된 사건, 의학전문대학원생의 여자친구에 대한 염산테러 등등….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에서 데이트 폭력은 사회적 암덩어리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선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전 여자 친구를 무차별 폭행하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당시 이 남성은 이별을 고한 전 여자 친구를 찾아가 폭행해 치아 5개를 부러뜨리는 것으로도 분을 이기지 못해 인근에 세워둔 1t 트럭을 몰고 현장으로 돌진하기도 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끔찍한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여자 친구를 찾아가 다짜고짜 "바람피웠지"라며 추궁하다 이를 부인하자 무지막지한 주먹질을 해 댄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당시 남자친구는 여자친구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을 가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놀라 119구급대에 직접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에 중상을 입은 여자친구는 6일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으로 입건된 사람은 2011년 6775명, 2012년 7076명, 2013년 6598명이다. 심지어 연인에게 살해된 사람도 2011년 47명, 2012년 47명, 2013년 49명이다. 지난해에만 8367명(449명 구속)이 입건됐다. 연인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33명에 이르는 등 연간 46명이 데이트 폭력으로 희생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지난 해 데이트 폭력 발생건수가 7000건을 넘어섰다. 하루 20건에 육박한다. 범죄 특성상 보폭을 두려워하거나 남녀 관계라 알리고 싶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트 폭력은 가해자 접근 금지 청구권이나 피해자 진술 보호권 등이 없다. 국회에서 폐기와 계류를 반복하는 사이 목숨을 잃는 애꿎은 피해자만 늘고 있다. 경찰이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엄정 대처한다고는 하지만 법적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더 이상 데이트 폭력은 남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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